밀가루 담합 7개사에 과징금 6710억원 부과

정부 보조금 지급에도 국제 원맥 시세 변동에 편승

이원식 기자 2026.05.21 09:39:51

밀가루 담합 7개사에 대한 과징금이 역대 최대인 6710억원대가 부과됐다. 이미 2006년 과징금, 대표자 고발 등의 제재를 받고도 재차 담합해 온 제분사들에게 엄중 제재를 내린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 이하 공정위)는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이하 제분사)들이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제면업체(라면, 국수 등), 제과업체 등에게 판매(B2B 거래)하는 밀가루 공급가격 및 공급 물량을 합의·실행하는 등 담합한 행위에 대해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10억 4500만원을 부과했다.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들은 제면업체(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풀무원 등), 제과업체(롯데제과, 해태크라운 등), 제빵업체(빔보큐알에스코리아 등) 등 대형 수요처에 밀가루를 공급해왔다. 그 외에 외식업체, 급식업체 등 중소형 수요처와 대리점에도 밀가루를 공급했다.

이들 제분사들은 국내 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87.7%의 시장점유율(2024년 매출액 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사업자들이다. 이러한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 기간 동안 총 24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인하 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하거나, 거래처에 공급하는 밀가루 물량·공급순위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국내 제분사 중 에스피씨삼립, 삼양제분 등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2개 제분사가 해당 시장에서 12.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2개사는 주로 계열회사에 밀가루를 공급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사건 제분사들이 2006년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한차례 제재를 받고도 이번에 재차 담합을 실행했고, 심지어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물가 안정 사업기간(2022.6월~2023.2월)에 그 보조금을 지급받고도 이 사건 담합을 지속하는 등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평가해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우리 나라의 경우 밀가루 생산에 필요한 원맥의 99%를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원맥(밀) 생산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밀가루의 원재료인 원맥(原麥)을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밀가루 가격은 국제 원맥 시세와 환율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이다. 

이들 7개 제분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수입 원맥 시세 상승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신속하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전거래처에 대한 가격 인상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했고, 2023년 이후 수입 원맥 시세 하락기에는 원가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농심 등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하 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했다.

특히 정부는 국제 원맥 시세 상승 기간 동안 물가안정 차원에서 이들 제분사들에게 총 471억원의 가격안정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분사들은 이 사건 담합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했다.

한편 공정위는 2026년 1월 검찰 고발요청에 따라 이 사건 7개 제분사 및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이미 고발조치를 완료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향후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경쟁 질서가 확립되는 한편, 가격재결정 명령 등 적극적인 시정조치가 이뤄져 담합에 따라 왜곡된 시장가격이 경쟁 당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됨으로써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의 부당이득이 환수되고, 나아가 가계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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