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법 개정안' 정조준한 의협 "돌봄통합 취지 역행, 환자안전 위협"

"'처방·의뢰'만으로 의료기사 업무 허용은 위험"… 국회 졸속 심사 중단·법안 철회 촉구

김아름 기자 2026.05.18 15:29:03

의료계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돌봄통합지원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함께 현행 '의사의 지도' 하에 이뤄지는 의료기사 업무를 '처방·의뢰'만으로 가능하도록 완화하는 내용에 대해 "의료현장의 책임 구조를 흔들고 의료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기사법 개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들도 함께 참석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김택우 회장은 "현행 의료체계는 의사의 지도와 감독 아래 의료기사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환자 상태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이를 단순한 처방·의뢰 체계로 바꾸는 것은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방문재활이나 돌봄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의사의 처방만으로 의료기사가 단독 업무를 수행하다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하면 의료기사는 '처방대로 시행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의사는 실제 수행 과정과 환자 상태 변화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결국 그 피해는 환자와 가족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방문재활 확대를 이유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이미 정부 시범사업을 통해 현행 '의사의 지도' 체계 안에서도 방문재활과 돌봄통합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정부 로드맵상 물리치료사 방문재활 역시 2028~2029년 안정기에 도입 예정인 만큼, 지금 당장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의료법과 관계 법령 체계 안에서도 돌봄통합은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며 "현재 의료계 역시 돌봄통합 사업 준비와 시행에 적극 협력하고 있음에도 정작 전문가 의견은 배제된 채 법안 논의만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당초 일정에도 없던 회의를 긴급 소집해 개정안을 심사하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회장은 "특정 법안 심사를 위해 이례적으로 소위원회를 급히 개최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의료기사단체 요구에 밀려 졸속 심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안으로 의료기관 외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의사의 지도와 감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원격지도 개념을 반영한 별도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 회장은 "의사의 지도·감독이라는 의료체계의 기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방문재활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이미 논의되고 있다"며 "국회는 충분한 논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환자 안전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물리치료사뿐 아니라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등 전체 의료기사 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김 회장은 "만약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의료현장의 혼란은 물론 국가 의료체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면허체계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입법 시도는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돌봄통합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 협력해 나가겠다"ㅕ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 시도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회와 정부를 향해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서의 일방적 의료기사법 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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