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R&D 생산성 '착시'…GLP-1 편중 심화

IRR 반등에도 실질 효율 2.9%…비용 급증·포트폴리오 쏠림 가속

홍유식 기자 2026.05.18 12:29:55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생산성이 외형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특정 메가블록버스터 의존 심화로 구조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딜로이트는 '제약 혁신 수익률 측정' 보고서를 통해 R&D 지출 상위 20개 제약사의 후기 파이프라인 기반 내부수익률(IRR)이 2025년 7.0%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체 기업 중 12개사가 IRR 개선을 기록했으며, GLP-1/GIP 계열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수익성 반등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특정 기전을 제외하면 생산성 개선은 제한적이다. GLP-1/GIP 자산을 제외한 경우 R&D 생산성은 2.9% 수준에 머물러, 산업 전반의 혁신 효율성은 여전히 낮은 상태로 평가된다. 현재의 IRR 상승은 일부 블록버스터에 의존한 결과로, 전반적인 R&D 체력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포트폴리오 내 가치 집중도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10억 달러 이상 매출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 수는 감소한 반면, 100억 달러 이상 메가블록버스터는 증가하며 소수 자산 중심의 수익 구조가 강화됐다. 이는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특정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양면성을 갖는다.

이 같은 구조는 경쟁 심화와 리스크 확대를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 보고서는 "특정 적응증과 기전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임상 실패나 규제 변수 발생 시 기업 가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개발 비용 증가도 부담 요인으로 부각된다. 2025년 신약 개발 평균 비용은 26억7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8% 증가했으며, 대부분 기업이 R&D 지출을 확대했다. 반면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 자산 수는 감소해 투자 대비 효율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부 도입 의존도도 확대되는 추세다. 2025년 기준 외부 소싱 자산은 파이프라인 수의 61%, 전체 예상 가치의 4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내부 연구개발만으로는 혁신 파이프라인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치료 영역별로는 비만이 처음으로 종양학을 제치고 최대 가치 창출 분야로 부상했다. 비만 파이프라인은 전체 후기 단계 예상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며, 대부분 GLP-1/GIP 계열 자산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종양학 비중은 감소세를 보였다.

바이오의약품 비중 역시 확대되고 있다. 후기 파이프라인 내 바이오의약품 비율과 가치 모두 상승하며, 산업 전반의 기술 축이 바이오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전 쏠림과 비용 구조 악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향후 R&D 전략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생산성 회복을 동시에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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