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필수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국 유일 소아청소년과 3대 국가 핵심병원인 우리아이들의료재단과 고려대학교의료원이 단순 진료 연계를 넘어선 '가치 기반 교류협력'에 나서며 새로운 소아의료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협력은 대학병원과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이 전략적 교류협력 체계를 구축한 첫 사례이자, 종합병원이 아닌 소아청소년 단일과 병원이 대학병원과 전방위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이사장 정성관)은 지난 4월 28일 고려대학교의료원과 전략적 교류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소아청소년 필수의료 전달체계 강화와 미래형 소아의료 모델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 기관은 이번 협력을 통해 단순한 의뢰·회송 수준을 넘어 진료·연구·교육·행정·의료정보·IT 시스템 등 병원 운영 전반에 걸쳐 실질적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학병원과 지역 기반 소아전문병원이 각각의 강점을 결합해 상생 구조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협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교류협력병원' 개념을 넘어선 실질적 협업 구조에 있다. 그동안 대학병원과 지역 의료기관 간 협약은 진료 의뢰 체계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협약은 의료서비스 운영 전반을 함께 발전시키는 '가치 기반 동행'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전국 최초로 소아전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역협력 중심병원 등 소아청소년 분야 3대 국가 핵심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이다. 특히 365일 24시간 소아진료체계와 지역 기반 필수의료 운영 경험을 축적해 왔다.
고려대학교의료원 역시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축적된 연구·교육·중증진료 역량을 기반으로 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료기관 중 하나다. 양 기관은 이러한 서로의 강점을 공유함으로써 소아청소년 의료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대의료원과의 협력 배경과 향후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정성관 이사장은 "이번 협력은 단순히 협약서를 교환하는 형식적 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 소아청소년 의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가치 기반 협력"이라며 "필수의료 위기 속에서 실질적인 의료 협력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의료원 CI 도입… "브랜드 신뢰도·소속감 강화"
이번 교류협력에서 상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우리아이들병원 브랜드에 고려대학교의료원 교류협력 CI가 새롭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변화가 아니라, 고려대학교의료원과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운영 철학을 지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아이들의료재단 김민상 CSO는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의료진과 임직원에게도 고려대학교의료원과 함께하는 협력기관이라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아이들병원은 이번 협약을 앞두고 내부 의료진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설명회를 열고 협력 방향과 의미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CSO는 "이번 협력은 단순한 외부 협약이 아니라 병원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준비해 온 변화"라며 "병원 전체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 위촉 통해 전문성 강화"… 교육·연구 기회 확대
양 기관은 의료진 전문성 강화를 위한 협력도 본격화한다. 핵심은 우리아이들병원 의료진의 고려대학교의료원 교류협력 교수(Faculty) 위촉이다.
이와 관련해 정 이사장은 "단순한 직함 부여가 아니라 현장 중심 소아청소년 진료 경험이 대학병원 수준의 교육·연구 체계와 연결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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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 우리아이들병원 의료진은 향후 학술활동과 교육, 공동연구, 연수, 진료 참관 등 다양한 교류 기회를 확대하게 된다. 이는 의료진 개인 역량 향상뿐 아니라 병원 전체 교수진의 전문성 강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진료서비스 질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현재 운영 중인 의과대학생·간호대학생 실습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병원 측은 앞으로 수련의·전공의까지 포함하는 다기관 수련 네트워크를 구축해 젊은 의료인들이 자연스럽게 소아청소년 필수의료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대학병원 중심 수련 환경에서 접하기 어려운 지역 기반 2차 소아전문병원 진료 현장을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상급병원-지역병원 역할 분담"… 연속 진료체계 강화
이와함께 이번 협력을 통해 소아청소년 의료전달체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아 환자는 상태 변화 속도가 빠르고 보호자의 불안도 큰 만큼, 초기 진료부터 중증도 판단, 상급병원 연계, 회복기 관리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연속 진료체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의뢰·회송 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하고 있다.
실제 우리아이들병원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간 진료의뢰·회송 건수는 2025년 약 300건, 2026년 현재 약 100건에 이르고 있다. 성북우리아이들병원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간에도 2025년 약 120건, 올해 약 60건의 회송 사례가 이뤄졌다. 이는 단순 협약 수준을 넘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협력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구토와 어지러움, 보행장애를 주소로 내원한 5세 남아 사례가 소개됐다. 해당 환아는 우리아이들병원 진료 과정에서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확인됐고, 협력 시스템을 통해 당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아신경과로 신속히 전원됐다. 이후 교뇌 해면상 혈관종이라는 희귀질환이 진단됐으며, 골든타임 내 진단과 치료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상급종합병원 치료 이후 지속적인 외래 관리와 회복기 진료가 필요한 환아들은 다시 지역 소아전문병원으로 회송되고 있다. 폐렴과 기관지천식, 요로감염, 알레르기 질환 등 장기적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소아 질환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김 CSO는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소아전문병원이 역할을 나누고 다시 연결되는 실질적 의료전달체계가 점차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디지털 기반 연구 협력 확대와 행정·IT 시스템까지 공유
연구 분야 협력도 본격화된다. 공동연구와 다기관 임상연구, 연구윤리(IRB), 의학정보 활용 등 다양한 연구 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함께 '연속적인 소아청소년 질환 통합 관리를 위한 실증 기반 디지털 홈스피탈 플랫폼 구축' 연구를 진행하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소아청소년 질환 관리 모델을 검토해왔다. 또 독감백신과 수두백신 효용성 연구 등 예방 중심 건강관리 분야에서도 협력 경험을 이어오고 있다.
김 CSO는 "현장 중심의 풍부한 임상 데이터와 대학병원의 연구 인프라가 결합되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연구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협력은 진료와 연구를 넘어 병원 운영 시스템 전체로 확대된다. 양 기관은 의료 질 관리와 감염관리, 환자안전, 인증평가, 의료정보 시스템, 데이터 기반 운영, 행정 교육 등 병원 운영 전반에 걸쳐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의료정보·IT 분야 협력은 디지털 기반 의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 이사장은 "소아청소년 의료는 단순 진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진료·연구·교육·행정·IT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협력체계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소아의료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