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궁경부 및 질 칩' 2026 러쉬 프라이즈 과학상

동물실험 한계 넘는 장기칩 기술, 여성질환치료 새 지평
국내서도 '동물대체시험법' 제정 추진·WC14 서울 유치

김혜란 기자 2026.05.15 17:00:12

인간 '자궁경부 및 질 칩'

여성 건강 연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저예산과 동물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 획기적인 과학적 성과가 세계 최대 동물대체시험 시상식인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러쉬 프라이즈 심사위원단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러쉬 프라이즈 시상식에서 하버드 대학교 비스 연구소의 조레 이자디파(Zohreh Izadifar) 박사를 과학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5만파운드(약 1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고 발표했다.

'자궁경부 및 질 칩', 여성건강 연구 '게임 체인저'로

이자디파 박사와 비스 연구소 과학자 팀이 개발한 차세대 '인간 자궁경부 및 질 칩'은 USB 드라이브 크기 정도로, 초소형 센서를 활용해 호르몬 변화나 유익균 및 감염 상황에서 인간의 질과 자궁경부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모델이다.

그동안 여성 건강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 건강 대비 연구 기금이 현저히 적었으며, 영국에서는 공공 연구 자금의 단 2%만이 임신 및 출산 등 여성 생식 건강에 투입되는 불균형이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여성의 건강 수준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비뇨생식기 점막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 생식 및 성 건강 관련 질환은 막대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이에 상응하는 연구 투자와 과학적 기반 구축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한 연구 격차는 연구 모델 부재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 기존 연구에 주로 쓰인 생쥐 모델은 월경이나 폐경을 경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 여성의 비뇨생식기 점막 면역과 미생물 환경을 정확히 재현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자디파 박사의 모델은 이미 감염 질환, 난임, 조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소외됐던 여성 건강 연구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동물대체시험법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자디파 박사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충실히 반영한 이번 모델이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글로벌 여성 건강을 개선하는 실제 연구와 치료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한국 동물대체시험법 기술력 두각 및 제도적 뒷받침 강화

이번 2026 러쉬 프라이즈는 이자디파 박사의 성과 외에도 심혈관 연구를 위한 '인공 동맥' 기술을 개발한 아담 펠로우즈 박사 등 전 세계 과학자와 활동가들에게 총 25만파운드(약 5억원)의 상금을 수여하며 동물실험 없는 미래를 독려했다.

특히 '글로벌 동물대체 안전성 평가 협의체(AFSA)'가 다중 이해관계자 협력을 통한 비동물 안전성 평가 분야 교육·기술 개발과 확산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메이저 과학 협력 부문'을 수상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과학계와 정치권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역대 러쉬 프라이즈 수상자인 한정애, 남인순 의원에 이어 최근 송옥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연내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노력으로 '제14차 생명과학 분야 동물실험과 대체에 대한 국제회의(WC14)'가 2027년 8월 서울 개최를 확정 지으면서 국내 동물대체시험 활성화에 강력한 모멘텀이 형성될 전망이다.

비록 최종 수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으나, 성균관대학교 민 트란(Minh Tran) 박사가 러쉬 프라이즈 2026 신진 연구자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오가노이드와 장기칩, 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대한민국 동물대체시험법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러쉬 시그니처 캠페인 'Fighting Animal Testing'은 계속된다

러쉬 프라이즈는 영국의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와 비영리 연구 단체인 '에티컬 컨슈머(Ethical Consumer)'가 공동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36개국 150팀에게 약 319만 파운드(한화 약 63억 원) 이상을 후원하며 전 과학분야에 걸쳐 동물실험 종결 및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특히 약 100년 전부터 많은 동물을 사용해온 LD50(실험동물의 절반이 사망할 때의 독성 용량을 측정하는 시험) 동물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인간 세포와 AI 기반의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대체시험법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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