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심혈관질환·만성콩팥병·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복합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대한임상순환기학회가 'CKM(Cardiovascular-Kidney-Metabolic) 증후군' 통합 관리 체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단일 질환 중심 치료를 넘어 심장·신장·대사질환을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조기 관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진료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회장 류재춘)는 10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16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최신 가이드라인 공유와 함께 CKM 증후군에 대한 일차 의료기관의 역할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학병원 중심의 분절적 진료 구조를 넘어, 지역 일차 의료기관이 심장·신장·대사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
"복잡한 만성질환, 일차의료 통합관리로 접근해야"
이상 학술부회장(차기 회장)은 "심혈관질환은 이미 발생한 뒤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혈압·당뇨·비만·신장기능 저하 등이 연결되는 초기 단계부터 장기 간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대학병원 시스템에서는 환자들이 심장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를 각각 오가며 진료받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며 "반면 일차 의료기관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흐름과 생활습관까지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심장대사증후군학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CKM 증후군 관련 공동 연구와 학술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유홍 공보·보험이사는 "최근에는 심장과 신장 모두에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CKM 개념이 글로벌 의료계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질환별 분절 접근이 아니라 장기 간 연계를 고려한 통합 관리 전략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도 진료실 눈높이"…실전형 학술 콘텐츠 강화
임상순환기학회는 최신 가이드라인을 일차 의료 현장에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2026년 개정 고혈압·심방세동·심부전·좌심실 이완기장애 가이드라인 등을 개원가 현실에 맞춰 핵심 위주로 정리한 강의들이 진행됐다.
이상 학술부회장은 "방대한 가이드라인을 바쁜 개원의들이 모두 숙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학회는 실제 진료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재가공해 전달하는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심대사질환 핵심 Q&A' 증보판을 발간해 참석자들에게 무료 배포했다. 기존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중심 구성에서 심방세동과 심부전 분야를 추가해 실용성을 높였다.
한경일 간행위원장(정책부회장)은 "AI 기반 정보 시대일수록 결국 중요한 것은 임상 경험과 전문가 판단"이라며 "개원의들이 빠르게 참고할 수 있는 실전형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CKM 모델 국제학술지 등재…"수치보다 '질환 궤적' 봐야"
특히 학술대회에서는 학회 산하 심장대사연구회가 개발한 '일차 의료 중심 CKM 관리 모델'이 국제학술지 CMSJ(Cardiometabolic Syndrome Journal)에 게재 승인된 사실도 공개됐다.
안지현 정보통신부회장은 "미국심장학회가 올해 CKM 공식 가이드라인 발표를 예고한 상황에서 국내 일차 의료진 주도의 통합관리 모델이 국제적으로 의미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홍의수 총무부회장은 논문 핵심 개념 중 하나인 ApoB(아포지단백 B)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LDL 콜레스테롤 수치만 낮추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며 "실제 혈관 손상을 유발하는 입자 수 자체를 조기에 관리해야 하며, 결국 질환을 '현재 수치'가 아니라 평생 노출 궤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향후 CKM 조기 발견과 예방 중심 정책 확대를 위해 일차 의료 인프라 투자와 예방의학 중심 보건의료 재편 필요성을 정부에 지속 제안할 계획이다.
한편 학술대회에 앞서 열린 평의원회에서는 이상 학술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만장일치 선출됐다. 임기는 2년이다.
이상 차기 회장은 "CKM 시대에는 일차 의료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IT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바쁜 의료진들에게 최신 지식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효율적 학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