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병, 억눌린 울화 치밀면 ‘폭발’ 위험

김주영 기자 2006.05.15 00:00:00

심리적 눌린 분노, 울화, 억울, 답답 등 축적 ‘발생’
무조건 참거나 상대 바꾸려 애쓰는 타입 다 안돼
나도 편하고 남도 받아들일 타협점 찾아야
금주, 금연만으로도 증상 상당히 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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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앓이 홧병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프고 쓰리며, 속에서 불덩이가 치받쳐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온몸에 열이 나는 느낌이 드는 병이라고 한다. 신체 이상에 의한 증상이거나 마음의 병을 앓을 때 나타난다고 한다.

또 오랜 시절 화, 분노, 체념, 패배의식, 적개심, 열등감,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이 쌓이다가 나이 들어 몸이 약해지거나 큰 스트레스가 있을 때에 폭발하는 병이라고 한다. 울화가 치밀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고, 기운이 없으며 소화가 잘 안 되고 명치에서 목을 향해 열이 오르거나 진땀이 나고 가슴이나 등 부위가 뜨거운 증상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대의대 동대문병원 심장내과 신길자 교수, 소화기내과 정혜경 교수, 신경정신과 임원정 교수의 소견을 담았다.

원인
임원정 교수는 "홧병은 심장, 식도, 위장관 이상 또는 심리적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고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는 그는 "가슴통증 환자의 30% 내외가 근육통이거나 가슴을 구성하는 늑골 혹은 연골 이상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만성적인 경우는 드물다"라고 설명한다.

신 교수는 "다음은 위장관 질환으로 약 15% 내외"라며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가슴이 아픈 외래 환자는 약 10-15% 정도이나 응급실로 찾아오는 환자가 50% 이상을 차지하며 치사율이 높다"고 말한다. "홧병, 공황장애 등 신경정신 질환도 5-10% 가량 외래나 응급실을 통해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이고 폐 이상이나 특별 원인 없는 통증 경우도 15% 내외"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심리적 원인에 의한 홧병은 오랫동안 억눌러온 분노, 울화, 억울함, 답답함 등이 축적돼 생긴다"고 말했다. “온순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양심적이고 감정억제를 잘하는 내성적 사람에게 많이 발병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오랜 남성 위주의 사회, 가정환경 등에서 받은 억울함을 참아온 중년 여성뿐 아니라 최근 직장 스트레스가 많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남성에게도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증상
임 교수는 "가슴통증으로 내원한 대다수 환자의 증상이 겹쳐져 있는 경우가 많아 증상만으로 병인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신체적 증상은 얼굴 화끈거림, 두통, 가슴 두근거림, 치밀어 오름, 목과 가슴의 불덩어리, 가슴 답답함, 소화불량 등으로 다양하고, 심리적 증상은 우울, 죽고 싶은 마음, 불안, 의욕저하, 불면증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환자 90 % 이상이 공통적으로 가슴에 열이 나고 뻐근하며 ‘뭔가 뭉쳤다’, ‘가슴 한가운데가 꽉 막혔다’, ‘치밀어 오른다’는 말을 한다"고 설명했다.

정혜경 교수는 "위장관 질환, 특히 가슴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는 전형적으로 명치끝에서 가슴 가운데를 타고 치받쳐 오르는 통증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산이 역류되면서 타는 듯한 통증이 있고, 음식물 역류, 소화불량, 먹자마자 포만감을 느끼거나 공복 시 쓰린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는 그는 "대개 30분 이상 혹은 수 시간 동안 지속되고 음식을 먹거나 제산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좋아 진다"고 설명했다.

진단
정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내시경 검사로 식도염, 혹은 위장장애를 유발하는 다른 동반질환은 없는지 확인 하고, 필요 시 24시간 보행성 식도산도 검사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산분비 억제제를 투여해 증상이 좋아지는 것으로도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길자 교수는 "홧병은 중년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며 "여성호르몬 작용이 감소되는 폐경기여서 심장병, 특히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관상동맥질환의 양상은 남성과 달리 흉통이 없을 수 있고 심리적 요인으로 오는 상기의 증상뿐인 경우가 있으므로 자칫 소홀하면 심장병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그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정 교수는 “홧병에서 식도염이 있으면 호전되고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히 약물을 투여하고, 식도염이 없는 경우 증상호전을 목표로 약물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약제는 산 분비 억제제를 사용하는데, 프로톤펌프 억제제의 경우 약값이 비싸지만 산 분비 억제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H2길항제인 라니티딘, 파모티딘, 위장관 운동 촉진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식도염은 재발이 흔해 환자의 삶의 질을 진작시키기 위해 충분히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심리적 원인에 의한 가슴앓이 홧병은 소량의 우울증 치료제, 항 불안제제 등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과 처방 약물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만성 스트레스에 의한 증상과 신경호르몬의 이상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면담치료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오래 억눌려온 억울함, 분노, 화 등을 공통적으로 표현한다"며 "자신이 얼마나 오랜 세월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전문가와 충분히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잘못된 인간관계 많은 스트레스가 있다”는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무조건 참는 타입과 무조건 상대방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유형이 문제"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자신이 바뀌기를 노력하지 않고 상대방을 바꾸려 애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렇다고 무조건 참는 것은 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심리적 증상과 스트레스에 대해 적절한 면담치료를 하면 자신이 가장 건강하게 적응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가슴통증이 심한 환자는 생활관리를 치료 초기부터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주, 흡연은 식도와 위의 경계부위 괄약근의 조이는 힘을 약하게 해서 위산이 역류 되게 한다”는 그는 “금주, 금연만으로도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밤늦은 식사, 과식 습관, 기름진 음식, 커피, 비만 등이 위식도 역류질환의 악화 요인"이라며 "위산역류를 줄이기 위해 침상머리를 올리고, 식후 3시간동안 눕지 말고 지방식, 초코렛, 커피, 페퍼민트 등을 피하면서 체중감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즐거운 운동, 취미생활도 도움이 된다"며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예방
정 교수는 "가슴통증을 유발하는 위식도 역류질환을 예방하려면 규칙적 식습관이 중요하다"며 "아침을 거르고 점심은 대충 먹고 저녁에 폭식을 하는 것은 가장 나쁜 식습관"이라고 말했다. "특히 밤늦게까지 술과 안주를 먹고 그대로 자면 위산 역류는 더 빈번하고 강력하게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담배는 위산분비, 위장관 운동 등을 저해하고 하부 식도괄약근압을 떨어뜨려 위산역류를 악화시키므로 삼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인간관계는 무조건 '내 탓이오'라는 순종형도 안되고, 남이 바뀌도록 지시만 해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완벽하려 애쓰거나 매사를 절대 선 아니면 절대 악으로 구분하는 흑백논리만 주장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그는 "나도 편하고 남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점을 찾으려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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