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실질적 행정수도'로서 광역시도의사회 승격을 눈앞에 뒀던 세종특별자치시의사회의 14년 염원이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허무하게 꺾였다. 정식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무산되자, 세종시의사회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재발 방지와 대의원회 운영규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특별자치시의사회(회장 장선호)는 2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난 18~19일 열린 의협 제78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세종시의사회 분리 및 승격 안건이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된 사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세종시의사회는 충청남도의사회(회장 이주병)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지난 3월 충남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분리 승인을 받았고, 조직·인력 등 광역시도의사회로서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며 이번 의협 정총에서의 최종 정관 개정 승인을 기대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등 주요 정책 결정 기관이 모여있는 행정수도의 위상에 걸맞게, 과거 행정구역에 묶여있던 의료계 대표 체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충분히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기대는 총회 현장에서 무참히 깨졌다. 장선호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안은 대의원회 운영규정의 적용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사례"라고 규정했다.
세종시의사회에 따르면, 2년 전 제정된 대의원회 운영규정을 근거로 시도의사회가 법령및정관분과위원회(이하 법정관위)에 상정한 5건의 안건이 충분한 심의 없이 일괄 무산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에 세종시의사회는 부당한 처리에 맞서 법정관위에서 번안동의를 신청하고 본회의에서도 긴급동의를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모두 묵살당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일부 대의원들의 태도였다.
장선호 회장은 "일부 대의원이 '악법도 법이니 따라야 한다', '정관개정특별위원회를 거치지 않으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한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회원들의 정당한 의사를 경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관련 규정의 제정과 적용 과정에 동일한 위원회 소속 인사들이 관여한 사실은 이해충돌 및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14년간 회원들의 노력과 염원이 담긴 승격이 좌절된 것은 단순한 안건 무산을 넘어, 지역 의료행정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세종시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하나이자 행정수도인데, 본 안건이 심의조차 되지 못한 것은 의협 의사결정 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세종시의사회는 의협에 세 가지 사항을 강력히 요구했다. ▲본 사안의 처리 경위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책임 있는 입장 표명 ▲대의원회 운영규정의 전면 재검토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한 즉각적인 개정 ▲세종특별자치시의사회 승격 안건의 조속한 재상정 및 정상적 심의 보장 등이다.
장 회장은 "의협은 회원들의 신뢰를 훼손한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통해 조직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승격을 향한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