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70시간 넘어도 '기록 따로'… 전공의 수련환경 여전히 위기"

대전협 실태조사, 근무시간·교육·정신건강 전반 '경고등'
"근무시간 단축·대체인력·법적 보호체계 마련 등 시급"

김아름 기자 2026.03.24 10:07:52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2026년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 근무시간·교육환경·정신건강 등 수련 전반에 걸쳐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제 근무시간과 전산 기록 간 괴리가 확인되면서 수련병원 근무시간 관리의 신뢰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12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전공의 1만3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총 1,755명(17.0%)이 응답했다. 조사 개편을 통해 진료지원인력, 지도전문의 제도, 의료사고 및 분쟁, 임신·출산 등 기존에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현안까지 폭넓게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조사 결과, 실제 근무시간이 전산 기록보다 많다고 응답한 비율은 44.8%에 달했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5시간(중위값 72시간)으로 2022년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약 3분의 1은 법정 한도인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개월 기준 4주 평균 주 80시간 초과 근무 비율은 27.1%였으며, 레지던트 1년차의 경우 중위값이 80시간에 달해 업무 부담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형외과(57.1%), 신경외과(52.8%) 등 외과계 일부 과목에서는 초과 근무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연속근무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4주 동안 평균 최대 연속근무시간은 26.2시간으로, 24시간을 초과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42.9%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4주간 5회 이상 장시간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련보다 노동"… 보호수련시간 '부족'

전공의 업무 중 행정·비진료 업무 비중은 평균 21.5%였으며, 30% 이상이라는 응답도 32.2%에 달했다. 정작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보호수련시간(protected time)'은 평균 4.1시간(중위값 2시간)에 그쳤고, 아예 없다는 응답도 28.0%에 달했다.

지도전문의 제도 역시 실효성 부족이 지적됐다. 전공의들은 ▲형식적 지정(53.8%) ▲지도전문의의 과도한 진료 업무(43.1%) ▲피드백 체계 미비(25.4%)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또한 연속근무 이후 업무 공백은 대부분 다른 전공의(69.1%)가 메우는 구조로, 실질적인 대체인력 체계 부재가 확인됐다.

정신건강 '위험 수준'… 자살사고 23.1%

전공의의 정신건강 지표도 심각한 수준이다. 2주 이상 우울감·절망감을 경험한 비율은 31.2%로 일반 인구 대비 3배 가까이 높았으며, 자살 사고 경험 비율은 23.1%에 달했다. 이 중 실제 자살 시도 응답도 0.9%로 확인됐다.

업무 중 폭언·욕설 경험은 20.2%, 폭행 2.2%, 성폭력 2.1%로 나타났으며, 가해자로는 교수(71.8%)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임신·출산·의료분쟁… "버티는 구조 한계"

임신 중에도 주 40시간 이하 근무를 유지한 비율은 26.4%에 불과했고, 약 20%는 야간·휴일근무까지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 출산으로 인한 업무 부담 증가를 호소한 비율도 32.7%였다.

의료사고 및 분쟁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76.4%가 의료분쟁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으며, 78.1%는 방어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40.6%는 사고 발생 시 소속 기관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성존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전공의 수련환경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근무시간 단축, 대체인력 구축, 지도전문의 제도 실질화, 정신건강 지원 강화 등 실효성 있는 정책 논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단순 현황을 넘어,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변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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