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경주마의 '승용전환율'이 실제 말의 활용 여부와 무관하게 산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제주 동물권 단체 제주비건은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 정책의 핵심 성과로 홍보해 온 '승용마 전환율' 지표가 실제 퇴역 경주마의 승용 전환을 반영하지 않는 허구적 통계일 가능성이 있다며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비건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정책 성과로 제시하는 '승용전환율'은 실제 승용마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퇴역 신고서에 기재된 용도를 단순 집계해 산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퇴역 경주마의 '제2의 삶'을 강조하며 경주마를 승용마로 전환하는 '승용전환율'을 말복지 정책의 핵심 성과 지표로 홍보해 왔다. 정부와 마사회는 2029년까지 퇴역 경주마 승용 전환율을 6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마사회 기관평가 보고서의 '10.31%p 증가' 설명은 실제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았으며, 조사 결과 2024년 승용 전환율은 2023년 대비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간 퇴역 신고 소재지 3523두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개 소재지가 전체 퇴역 경주마의 약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당수는 말의 실제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말 유통업자 계류 목장 등 관리 사각지대로 이동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제주비건은 밝혔다.
또 최근 5년 동안 한 업체가 퇴역 경주마 580여 마리를 구매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수천만 원에 거래되던 경주마였지만 퇴역 후에는 5만~10만 원 수준에 거래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다수의 말들이 실제 승용마로 활용되기보다는 계류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다가 폐기 처분되는 사례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제주비건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현재의 말 복지 정책이 실제 말의 삶을 개선하기보다는 통계 지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퇴역 경주마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면 승용전환율은 말복지의 성과가 아니라 검증되어야 할 통계일 뿐"이라며 "말복지 정책의 성과는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실제 말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할 공공기관의 통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민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말복지가 독립적인 정책이 아니라 말산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의 삶을 보호하는 정책은 산업의 성과 지표가 아니라 생명 존중이라는 공익적 기준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며 "말산업과 분리된 독립적인 말복지 및 동물복지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