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과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명백한 질병입니다. 의료 취약 지역을 지키는 공중보건의사들이 비만과 대사질환 관리의 최전선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원가의 임상 경험과 치료 노하우를 적극 공유하겠습니다."
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가운데, 개원가 중심의 비만 학술단체가 공중보건의사들과 협력해 지역 의료 현장의 비만 관리 역량 강화에 나섰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회장 이철진, 이사장 김민정)는 15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38회 춘계학술대회 및 제2회 대한피부미용항노화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박재일)와 의료·학술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창립 25주년을 맞은 비만연구의사회는 이번 학술대회에 약 10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GLP-1 비만 치료제의 최신 지견부터 개원가 실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임상 강연을 진행하며 학술 열기를 이어갔다.
"젊은 의사들에게 비만·미용 임상 노하우 공유"
이날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보건의료 학술 교류와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공동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상준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수석정책이사는 "많은 공중보건의사들이 복무 이후 진로를 고민하며 비만이나 미용 분야에 관심을 갖지만 실제 임상 접근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며 "25년 동안 축적한 개원가 임상 경험과 학술 정보를 공유해 젊은 의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일 대공협 회장도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으로 지역 의료 현장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번 협력이 젊은 의사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비만 치료 분야를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연구의사회는 향후 '실전 아카데미' 등 교육 프로그램에서 공중보건의사를 위한 별도 트랙을 마련해 비만 진료 노하우뿐 아니라 개원 준비, 재테크, AI 활용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링을 제공할 계획이다.
위고비·마운자로 열풍… "환자 맞춤 처방 필요"
간담회에서는 최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환자들이 특정 약물을 지명해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맞춤형 처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김민정 이사장은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약제로 대규모 임상연구인 SELECT 연구를 통해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고 국내에서는 12세 이상 청소년에게도 사용이 허가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운자로는 체중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고 임상적으로 구역이나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경향을 보인다"며 "환자의 기저질환과 심혈관 위험도,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진 회장은 향후 비만 치료제의 발전 방향도 언급했다.
그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 이후 차세대 비만 치료제가 이미 개발 단계에 있다"며 "체중 감소 효과가 30% 이상으로 보고된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를 비롯해 경구용 약물, 월 1회 또는 연 1회 투여 제제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양인 특성 반영한 비만 진단 기준 필요"
비만 치료제가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 약으로 오남용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안상준 이사는 "비만은 명백한 대사질환임에도 여전히 미용 문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서양인 중심의 BMI 30 기준만으로 비만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양인의 체형 특성과 복부 비만, 대사질환 동반 여부 등을 반영한 새로운 비만 진단 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진 회장도 "동양인의 경우 동반 질환이 있다면 BMI 23~25 수준에서도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며 "반대로 정상 체중 환자가 미용 목적으로 고가의 비만 주사제를 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 초고도 비만이었던 환자가 약물 치료로 체중을 감량한 뒤 요요 현상을 막기 위해 유지 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충분히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비만 진료 전문가 양성을 위해 '비만 전문 인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300명의 인증의를 배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도 제4기 교육 과정이 진행되며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