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별가산 폐지 이어 수가 추가 인하 추진…체외진단 산업 기반 '흔들'

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 연쇄적 수가 하락 구조화 우려… "보건 안보·산업 지속가능성 함께 고려해야"

김아름 기자 2026.02.20 10:25:10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진단검사 수가의 추가 인하를 추진하면서, 국내 체외진단 산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는 19일 종별가산 폐지에 이은 연쇄적 수가 인하 기조가 고착화될 경우 의료 서비스의 질적 유지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체검사는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료체계의 기반 기능일 뿐 아니라, 국내 체외진단 산업의 기술 축적과 내수 시장 형성을 이끌어온 핵심 영역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과 산업 생태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반복적 수가 인하는 의료 서비스 질 유지와 산업 경쟁력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2024년 1월 시행된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으로 종별가산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차등적 수가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약 15%, 종합병원은 10%, 병원급은 5% 수준의 인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검사 물량이 집중된 상급종합병원의 재정 부담이 확대되면서 진단시약과 장비 납품 단가 인하 압박도 커지고 있다. 고난도·중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첨단 장비와 숙련 인력을 기반으로 정밀검사를 수행하는 만큼, 수가 인하가 고품질 검사 서비스 유지와 연구·교육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제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당시 검체검사 수가가 대폭 조정된 데 이어, 2024년 종별가산 폐지에 따른 추가 인하 효과까지 겹치면서 수가 하락 기조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도 산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수가 인하 연쇄 효과…R&D·고용 위축 가능성

진단검사 수가 인하는 의료기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고, 이는 예산 절감을 위한 진단시약·장비 납품 단가 인하 요구로 이어진다.

국내 체외진단 기업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빠르게 축적했지만, 여전히 연구개발(R&D) 확대와 설비 투자가 필요한 단계에 있다. 반면 글로벌 대형 기업들은 감가상각이 완료된 설비와 대규모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납품 단가까지 하락할 경우, 국내 중소·중견 진단기업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신규 채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부가 강조해 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가 수입제품 확산 우려…보건 안보 관점 필요

산업계는 추가 수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시장이 저가 수입제품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될수록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글로벌 기업 제품의 점유율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해외 기업들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공장 가동 중단으로 진단 제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던 경험은 국내 생산 기반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킨 사례로 꼽힌다. 특히 일반 검사 품목에서도 해외 공장 폐쇄로 공급 문제가 발생하며 의료 현장에 부담이 가중된 바 있다.

이는 체외진단 산업이 단순한 경제 영역을 넘어 보건 안보와 직결된 분야임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국내 생산 역량과 기술 자립 기반이 약화될 경우, 향후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합리적 수가 산정 체계 마련 요구

수가 산정의 핵심 근거가 되는 원가보상률 산출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도 제기된다. 현재 구조는 포괄수가제 적용 병원 중심의 표본 자료에 의존하고 있어 전체 의료 현장의 비용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순 재료비뿐 아니라 검사 정확도 유지를 위한 정도관리 비용, 전문 인력 인건비, 물류·보관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기술 혁신성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별도 평가 체계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 국내 체외진단 산업 경쟁력 확보는 상충되는 목표가 아니"라며 "산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가 체계 마련을 위해 관계 부처 및 유관 기관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