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지난 25년간 38개의 신약을 배출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실제 시장에서 유의미한 상업적 성과를 거둔 제품은 10개 중 3개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연간 처방액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국산 신약은 총 11개 품목으로 집계됐다. 반면 판매 중단이나 허가 취소로 시장에서 퇴장한 신약도 10개에 달해 신약 개발 성공이 반드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구조적 간극이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000억 원을 넘긴 제품은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이 유일하다.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정', 대원제약의 '펠루비정'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품목의 공통점은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만성질환 치료제이자, 복합제·패밀리 전략을 통해 시장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이다.
항암제 가운데에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정'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렉라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FDA와 유럽 EMA 허가를 모두 확보했으며, 2025년 처방액이 7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허가 이후 상업화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삼성제약의 '리아백스주'는 조건부 허가 기간 내 임상 3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허가가 취소됐고,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은 글로벌 임상에서 안전성 이슈로 2018년 허가가 철회됐다. 이외에도 여전히 허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간 처방액이 1억 원 미만에 머무는 신약들도 다수 존재한다.
분석 결과 개발에 평균 10년 이상, 423억원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허가 이후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임상 2상 이후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이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점에서는 자금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충분치 않아 대부분 기술수출이나 프로젝트 중단을 택하게 된다"며 "결국 국내 기업이 직접 글로벌 상업화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제한돼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 초점이 아직도 '허가 전 R&D'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임상 2상 이후나 상업화 직전 단계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부족해, 허가 단계까지만 도달하고 시장 진입에서 좌초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산 신약의 과제는 허가 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 끝까지 살아남는 신약'을 만드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목표 또한 '허가'가 아닌 '상업적 완주'로 재설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허가 실적 중심의 시대가 끝났다"며 "국산 신약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기획과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