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증원 멈춰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로 총력 경고

"의학교육 이미 한계선… 비과학적 정원 확대는 의료 붕괴 부른다"

김아름 기자 2026.01.31 17:57:09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의학교육 붕괴를 초래하는 졸속 정책"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없는 증원 강행 시 의료계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31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합리적 의대정원 정책을 촉구하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의료계 대표자 200여명이 참석해 준비되지 않은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 붕괴와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목소리로 제기했다. 

이날 모인 의료계 대표자들은 의사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보다, 과학적 근거와 교육 여건을 외면한 정책 추진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김택우 회장은 대회사에서 "지금 대한민국 의학교육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의학교육 정상화 없는 의대 증원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2027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또다시 시간에 쫓긴 숫자 중심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며 "의학교육은 강의실에 학생 수만 늘린다고 완성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재 24·25학번 의대생 1586명이 휴학 중인 현실을 언급하며, 이들이 복귀할 경우 신입생과 충돌하는 2027년 교육 현장은 이미 '재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국 의대의 67.5%가 강의실 수용 능력을 초과했고, 의학교육평가원 기준에 부합하는 기초의학 교수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증원은 임상 역량이 부족한 의사를 양산해 의료의 질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의료인력 수급 추계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수십 개 변수를 놓고 최소 2년 이상 검토하지만, 우리 정부는 불과 몇 개월 만에 빈약한 변수로 장기 수급 예측을 내놓았다"며 "지역별·전문과목별 정밀 추계 없이 총량만 늘리는 방식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무리한 의사 수 증가는 결국 천문학적인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그 비용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건강보험료 폭탄을 떠넘기는 행위다. 장밋빛 전망이 아닌 국민이 실제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라"고 촉구했다.

부산의대 24학번 김동균 학생 대표

이날 대회에서는 의대생 대표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부산의대 24학번 김동균 학생 대표는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은 의대 정원 증원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대정원 정책"이라며 "정책 추진 과정이 설명 가능하고, 교육 현장이 감당할 수 있으며, 결과에 대한 책임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논의는 '얼마나 늘릴 것인가'에만 집중됐고, 늘어난 학생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며 "학생 수를 먼저 늘리고 교육 여건을 나중에 맞추겠다는 정책 순서가 지금의 혼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 결정 권한은 없지만 그 결과를 가장 먼저 감당하는 이들이 의대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모인 의료계 대표자들은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2027년 의학교육 현실을 외면한 졸속 의대 증원 즉각 중단 ▲의대 증원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파탄 가능성의 투명한 공개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정책 강행 시 14만 회원 단일대오로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통한 합리적 해결을 갈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전문가 다수의 의견을 묵살하고 가짜 숙의를 강요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를 기점으로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며 "정부가 파멸의 길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주저 없이 의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거침없는 행진을 시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소리쳤다. 

의협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를 분명히 전달하고, 의학교육 정상화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인력 양성 체계가 마련될 때까지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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