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다수결 의료정책… 2년 전 의료붕괴 되풀이되나"

의협, 보정심 수급추계 논의 정면 비판…"전문가 배제 구조 전면 개편해야"

김아름 기자 2026.01.29 16:08:34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

의사 인력 수급을 둘러싼 정부 논의가 또다시 '다수결 결정'이라는 후진적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7일 열린 제5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 결과에 대해 "전문가 논의와 합리적 검증이 실종된 채 비전문가 다수의 표결로 의료정책을 결정하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깊은 유감과 함께 보정심 논의 구조의 근본적 개편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의료정책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철저한 논의와 검증을 통해 결정돼야 함에도, 현재 보정심은 논리적 합의 과정 없이 다수결로 사안을 처리하는 구조"라며 "이는 2년 전 2천 명 의대증원을 강행해 의료현장을 붕괴시켰던 당시와 매우 유사한 흐름"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특히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수급추계위)가 핵심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불완전한 자료를 보정심에 제출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김 대변인은 "수급추계위는 수요 예측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예측이 용이한 공급 추계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안을 보정심에 넘겼다"며 "그 결과 비전문가가 다수인 보정심에서 어떤 안이 현실적인지 선택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인공위성 발사를 결정하는 과정에 제작·발사 전문가가 아닌 지역 유력 인사나 시민단체가 개입해 다수결로 결론을 내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공급 1안과 2안 중 무엇이 옳은지는 표결이 아니라 전문가 검증으로 가려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처럼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비전문가들에게 판단을 떠넘긴 수급추계위의 제안 자체가 정책 근거로서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추계 결과는 최소한의 참고자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고, 이를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의과대학 교육 현장이 이미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됐다. 김 대변인은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예과 과정은 일부 대학에서 기존 정원의 최대 4배에 달하는 학생이 몰려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본과 진급 이후 상황에 대한 대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에서 약속했던 의학교육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서울 소재 의대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다른 학년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학생과 교수 등 교육의 당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외면된 채 정원 숫자만 거론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의협은 의과대학의 특수성도 함께 짚었다. 김 대변인은 "의대는 정원이 10%만 늘거나 줄어도 교육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하는 특수한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며 "정밀 평가 결과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국시 응시 제한이라는 심각한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원 조정은 최소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대학별 여건에 대한 정밀 조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현재 보정심 논의 과정이 과거 2천 명 증원 당시와 닮아가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 대변인은 "당시 보정심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증원안을 통과시켰지만, 그로 인한 의료 대란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를 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이번에도 합리적 대안은 외면한 채 '의사를 늘리면 지역과 필수의료로 흘러갈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만으로 다수결을 강행하려는 모습에 큰 실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끝으로 의협은 보정심 구조 개편을 거듭 촉구하며 "전문가 의견이 다수에 의해 무시되는 현재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구조와 논의 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의사들은 미래 의료환경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고, 지역과 응급의료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고 있다. 그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더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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