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원인은 '유전자 변이'…유전질환과는 달라

대부분 후천적 발생, 혈액검사 수치 변화 주의해야

김아름 기자 2026.01.29 11:02:24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서정호 교수

암을 가족력이나 유전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혈액암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혈액암의 대부분은 발병 과정에서 발생한 유전자 변이에 의해 생기는 후천적 질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서정호 교수는 "혈액암은 유전자 이상과 관련이 있지만, 이를 곧바로 유전질환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대부분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세포의 DNA에 변이가 축적되며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혈액암은 혈액이나 림프계에 암세포가 발생해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 골수계와 림프계로 구분되며, 세포 종류에 따라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으로 나뉜다.

서 교수는 "혈액암의 주요 원인은 암 관련 유전자 변이로, 이는 대부분 후천적으로 세포 속 DNA가 변형되면서 발생한다"며 "정자나 난자 단계에서 이미 존재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유전병과는 명확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유전병은 생식세포 단계에서 유전자 변이가 존재해 가족 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BRCA1·2 유전자 변이에 따른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가족 구성원이 비슷한 식습관과 생활환경을 공유하며 위험이 높아지는 일부 고형암과도 혈액암은 발생 기전이 다르다.

혈액암은 가족력보다는 노화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노출, 항암제나 벤젠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 흡연과 음주, 비만, 운동 부족, 고령으로 인한 DNA 손상 축적과 유전자 복구 능력 저하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혈액암 중 다발골수종은 특히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자의 80% 이상이 노년층으로, 50대 이후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해 80대 이상에서도 활발히 진단된다. 소아나 청년층에서 상대적으로 흔한 일부 백혈병이나 림프종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혈액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빈혈이다. 흔히 어지럼증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기운이 없고 숨이 차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더 흔하다. 이외에도 원인 없는 발열과 체중 감소, 잦은 출혈이나 멍, 비장 비대로 인한 복부 불편감, 만져지는 림프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서 교수는 "이러한 증상이 평소와 다르게 지속된다면 간단한 혈액검사(CBC, 전혈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수와 형태를 확인하는 기본 검사만으로도 초기 혈액암의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혈액암은 종양 형태로 드러나지 않고 전신을 순환하는 특성상, 종괴의 크기보다 혈액검사 수치의 변화가 진단에 더 중요하다. 정기 건강검진 결과나 과거 혈액검사 수치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조기 발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 교수는 "혈액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질 수 있지만, 치료 성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며 "항암화학요법, 조혈모세포이식, 최신 면역세포치료 등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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