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과 설사가 반복돼 단순 장염으로 여겼다가 크론병 진단을 받는 젊은 환자가 늘고 있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장질환(IBD)으로, 국내에서도 10~20대를 중심으로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초기 증상이 흔한 장염과 유사해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복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조기 정밀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국대병원 염증성 장질환클리닉 송주혜 교수는 "크론병은 일반적인 장염과 달리 장벽 전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증상이 비슷해도 질병의 성격과 경과는 전혀 다르다"며 "젊은 환자에서 진단 지연이 반복되면 장 손상이 누적돼 협착, 누공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크론병 진단의 가장 큰 어려움은 단일 검사로 확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송 교수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할 수 있는 '골드 스탠다드 검사'는 없다"며 "병력과 증상, 혈액·대변 검사, 내시경, 조직검사, 영상 검사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크론병은 병변이 연속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정상 장과 병든 장이 섞여 있는 '건너뛰는 병변(skip lesion)'이 특징이며, 염증이 점막에만 국한되지 않고 장벽 전체를 침범한다. 이로 인해 장 협착, 누공, 복강 내 농양 등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국내 환자는 소장 침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장내시경만으로는 질병의 전체 범위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경우 MR 엔테로그래피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소장 염증 범위와 협착 여부, 항문 주위 병변 등을 평가해야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크론병 치료의 핵심은 단순 증상 완화가 아니라 내시경상 염증이 사라진 상태를 유지하는 '점막 치유'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수지만, 내시경·CT·MRI 반복 시행에 따른 환자 부담이 적지 않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장초음파가 새로운 추적 검사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장초음파는 방사선 노출 없이 장벽 두께와 염증 혈류 신호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장정결 과정도 필요 없다.
송 교수는 "이미 병변 위치가 확인된 환자에서 치료 반응을 추적하는 데 유용하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도 염증 악화를 비교적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론병 치료는 질병의 중증도와 침범 범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급성기에는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사용해 염증을 조절하고, 이후 면역조절제, 생물학 제제, 최근에는 경구 소분자 제제를 활용해 장기 관해를 유지하는 전략이 적용된다.
송 교수는 "스테로이드는 장기 유지 약제가 아니며 부작용 위험이 있어 관해 유지를 위해서는 다른 치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면역조절제 사용 전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약물 부작용 위험을 평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크론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장 손상이 누적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진단 초기 1~2년을 질병 경과를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 개입을 강조한다.
송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반복되고 체중 감소, 야간 증상, 항문 병변이 동반된다면 단순 장염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장 손상을 줄이고 장기 예후와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