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의대 신설 공약이 다시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한 가운데, 의료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젊은 의사들이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한성존)와 전국전공의노동조합(위원장 유청준)은 27일 "의대증원 논의는 미래 의료를 위한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선거를 앞둔 선심성 공약으로 변질됐다"며 "현장의 붕괴를 외면한 채 숫자만 늘리는 정책은 결국 청년 세대와 국민에게 비용과 위험을 떠넘기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공의협의회는 "백년지대계가 되어야 할 의료 정책이 선거를 앞둔 선심성 공약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와 청년 의사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의 의사 인력 수급 추계가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AI 기술 발전이 의료 인력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추계 모형에 반영된 AI 생산성 기여도는 약 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의료 영역에서 AI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설계에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11차 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시된 추계 모형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의료비 지출은 2040년 약 250조원, 2060년에는 최대 7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재정 부담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는 것이 협의회의 주장이다.
전공의협의회는 "향후 10년 이내 생산가능인구가 약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 청년 세대의 조세 및 사회보험 부담은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러한 재정적 영향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특히 부담의 주체가 될 젊은 세대의 사회적 동의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지역 의료 문제의 해법이 단순한 '증원'에 있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역 의료의 핵심은 의사 수 자체가 아니라, 적절한 배치와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와 젊은 의사들이 필수·지역 의료를 떠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상 체계와 법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수도권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역 의료 붕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젊은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떤 증원 정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의학교육과 수련 현장의 위기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 최근 급격한 정원 확대가 이뤄진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24·25학번 더블링 문제로 강의실과 실습 기자재 부족, 카데바 확보 난항 등 학사 운영의 파행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교육의 핵심 주체인 젊은 교수진의 지역 수련병원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협의회는 "충분한 교육·수련 인프라 없이 배출되는 의료 인력은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너져가는 의학교육과 수련 현장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계는 정치와 분리돼야 하며, 최소 1년 이상의 충분한 숙의 기간을 통해 데이터 분석과 정책 효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적 일정에 흔들리는 의료 정책은 사회적 갈등만 키울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정치적 고려가 아닌, 의료·교육 현장의 현실과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둔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이날 전공의노조 역시 "건보재정은 한정돼 있고 의료 수요는 얼마든지 창출될 수 있다"며 "의대 증원에 따른 국민의료비 증가와 의료의 질 저하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특히 향후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에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 세대의 조세·사회보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공의 수련 정상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원만 늘리는 것은 교육의 질 저하와 환자 안전 위협으로 직결된다"며 "정부가 '환자는 의료의 질 저하를 바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정책을 강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