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부터 호흡기까지 다 맡는다"… 이비인후과, 일차의료 핵심 선언

이비인후과의사회 정기총회서 위상 재정립 천명
"호흡기 환자 진료량 내과·소청과 합계보다 많아"
"정책·수가에선 늘 후순위… 수련 체계 경고등도"

김아름 기자 2026.01.26 06:33:28

이비인후과가 '마이너 진료과'라는 인식은 더 이상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공식 석상에서 터져 나왔다. 감기·상기도 감염부터 호흡기 질환, 소아 진료까지 1차 의료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온 이비인후과가 저평가 구조를 바로잡고, 정책 논의의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에 나섰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7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열고, 이비인후과의 1차 의료 역할과 필수의료 기여도를 재조명하는 한편, 심사·규제 강화와 수련 환경 악화 등 당면 현안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날 제14대 회장으로 취임한 안영진 회장은 "이비인후과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원급 진료의 약 40%를 감당하며 국가 방역의 최전선에 섰다"며 "그럼에도 정책과 제도에서는 늘 주변부로 밀려왔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심사평가원 통계를 근거로 "이비인후과 의원 수는 내과 다음으로 많고, 소아·청소년 진료 역시 소아청소년과 다음 규모"라며 "특히 감기 등 상기도 감염 환자는 내과와 소아청소년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진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비인후과는 명백히 1차 의료의 핵심 축임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라는 인식에 갇혀 정책적 지원에서 배제돼 왔다"며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갖춘 전문의 중심 1차 의료 모델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병원도 위기… "지도전문의 이탈, 수련 붕괴 신호"

개원가뿐 아니라 대학병원의 상황도 심각하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구자원 이사장은 "이비인후과는 두경부암, 중증 호흡기 질환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담당하지만, 전공의 지원율이 미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왔다"고 말했다.

구 이사장은 "과도한 당직과 낮은 보상으로 지도전문의들이 대학을 떠나고 있다"며 "정부는 지방 의료를 살리겠다며 전공의 정원을 지방으로 보내고 있지만, 정작 가르칠 스승이 없어 수련 병원 요건조차 맞추기 힘든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문확인·AI 심사, 진료 위축시키는 규제"

의사회는 최근 급증한 '방문확인'과 AI 기반 심사 강화에 대해서도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안 회장은 "데이터 기반 경향심사와 방문확인이 이비인후과 진료 현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AI 시대에 굳이 병원을 찾아와 진료를 방해하는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의사회는 의협과 공조해 행정조사의 서면·비대면 원칙을 요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저수가 구조 개선을 위해 학회와 공동으로 신의료기술위원회를 구성하고, 고막 재생 치료 등 개원가 적용 가능 기술의 수가화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주치의제, 환자 선택권 제한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 1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안 회장은 "만성질환 관리 중심의 주치의제가 도입될 경우, 이비인후과 등 전문과 진료에 의뢰서가 필요해지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며 "총액계약제나 인두제 성격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사회는 '난청 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국가건강검진 내 실효성 있는 청력 검진 도입을 거듭 촉구하며, 다가올 호흡기 팬데믹 대비를 위한 정책적 제안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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