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한 의사를 죽였다"… 전남의사회, 면허취소법 전면 개정 촉구

의료와 무관한 위반에도 면허 박탈·재교부 거부… 끝내 비극으로
"재기 기회없는 처벌 정의 아닌 폭력, 악법 철폐까지 강력 투쟁"

김아름 기자 2026.01.20 10:55:05

한 의사의 죽음 앞에서 의료계가 깊은 슬픔과 분노를 함께 토해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최근 면허 재교부가 거부된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의사의 사연을 공개하며, 현행 면허취소법의 전면 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의사회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법의 이름을 빌린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전라남도의사회에 따르면 고인은 50대 가장으로, 면허 회복 후 고향인 전남 무안의 한 면 소재지에서 지역 주민을 돌보며 봉사하는 삶을 마지막 소망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면허 재교부가 잇따라 거부되면서 그 꿈은 끝내 좌절됐고, 그는 고향 인근 호숫가에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과거 후배의 개원을 돕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이중개설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전남의사회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윤리 범죄와는 무관한 사안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의사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고, 수년간의 진료를 통해 얻은 매출액 전액을 환수당했다.

면허 취소 기간 3년 동안 고인은 5평 남짓한 분식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통장이 압류되고, 자녀가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지만 다시 환자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텼다는 것이 의사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행정처분과 환수 조치를 마친 뒤에도 복귀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고인은 세 차례에 걸쳐 면허 재교부를 신청했지만 모두 거부됐다. 의료 낙후지에서 봉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반성과 호소 역시 온라인 중심의 형식적 심의와 경직된 규정 앞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라남도의사회는 "한 개인에 대한 처분을 넘어, 재기를 꿈꾸는 인간의 삶에 내려진 사실상의 사형 선고"라며 "결국 고인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고향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으로 생을 마쳤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남의사회는 의료 행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모든 위반까지 면허를 박탈하는 현행 면허취소법을 즉각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윤리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한 가정을 파탄 내고 생명을 앗아가는 법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라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보건복지부가 면허 재교부를 거부한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운영상 문제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면허 재교부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재기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특히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 않고 의사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법이 철폐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전남의사회는 "고인이 돌아가고 싶어 했던 무안 청계면의 들녘은 이제 주인을 잃었다"며 "다시는 이 땅에서 법이라는 이름으로 동료 의사가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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