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의료인력을 장기간 국가가 관리·통제하는 방식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료계의 강한 경고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헌법적 가치와 의학교육의 근본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공공의료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해당 법률안은 의료인력을 국가가 장기간 강제 배치·관리하는 제도로 설계돼 있다"며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제의 법안은 15년 의무복무를 규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전문의 수련 과정과 군 복무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40대 중·후반까지 국가가 지정한 지역과 기관에서 근무하도록 강제하는 구조"라며 "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의학교육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김 대변인은 "의료인력 양성이 교육적 목적이 아닌 단순한 인력 수급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의학교육의 질 저하와 의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학교육은 교육부 소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총장 선임 승인, 예산 승인, 지도·감독 등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학 운영과 교육 내용에 대한 행정 권력의 직접 개입을 제도화한다는 비판이다.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의협은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운영에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데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처우 개선과 인프라 확충에 사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의학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의대 또는 의학 교육기관 신설은 부적절하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김 대변인은 "교수 확보와 교육병원의 질적 담보 문제를 감안하면, 다수 의과대학이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 강화는 의료인을 통제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보상체계와 근무 여건 개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통해 달성돼야 한다"며 "의협은 헌법적 가치와 의학교육의 원칙을 지키면서 국민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책임 있는 논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현재 산하 단체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며, 이를 종합해 국회에 공식 입장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