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아닌 과잉"… 정부 추계에 정면 반기 든 의료계

정부는 부족하고 의료계는 과잉… 정반대 추계에 정책 논쟁 격화
의협 의정연 "2040년 최대 1만8천명, 정부 추계 전면 재설계해야"

김아름 기자 2026.01.13 21:42:41

정부가 제시한 '의사 부족' 전망과 달리, 의료계는 중·장기적으로 의사 공급 과잉 가능성이 크다는 정반대 결과가 제시되면서 의사 인력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의료계는 단순 증원 논의에 앞서 추계 방식과 전제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정부 추계의 과학성과 정책 활용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은 13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정부 의사인력 수급 추계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의정연은 정부 산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전망과 상반되는 자체 수급 추계 결과를 공개했다.

의정연 분석에 따르면, 현행 의대 정원 체계를 유지하더라도 2035년에는 최소 1만1757명에서 최대 1만3967명, 2040년에는 1만4684명에서 최대 1만7967명의 의사가 초과 공급될 것으로 추정됐다.

김택우 회장

이는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정부 추계위가 수천 명에서 최대 1만 명대의 의사 부족을 전망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론이다.

앞서 추계위는 2035년에는 의사 1055명~4923명이 부족하고 2040년에는 5015명~1만1136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의사들은 이와 정반대로 전망한 것. 

이를 두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외국에서는 추계위가 만들어지면 최소 2년에서 6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데이터를 모으는 데 반해 우리는 불과 몇 달 만에 소수의 변수만을 포함한 채 추계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이에 대한 개선없이 결정이 강행된다면 협회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며 "정부가 추계위 추계 결과를 근거로 의대 증원을 하려 한다면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가정의 차이 아닌 구조의 차이… 추계 틀부터 달라"

이날 발표를 맡은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박정훈 책임연구원은 역시 정부와 의료계 추계 결과의 차이는 단순한 수치 다툼이 아니라, 추계 방법론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 연구원은 "정부 추계는 인구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를 중심으로 한 수요 중심 접근에 치우쳐 있는 반면, 의료정책연구원의 분석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수행하는 노동량과 생산성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정부 추계의 핵심 한계로 △의사 노동량(FTE, Full-Time Equivalent) 반영의 부재 △의료 이용 데이터 선택에 따른 편향 △의사 생산성과 근로시간 가정의 논리적 충돌을 꼽았다.

이와함께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의사 노동량(FTE) 기반 추계가 정부 분석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정부 추계위는 자료 확보의 한계를 이유로 입원과 외래 진료비 비율을 3.9:1로 적용해 업무량을 추정했는데,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진료비는 업무량을 정확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책임연구원

그는 "입원 진료에는 고가 검사비와 장비 사용 비용이 포함돼 있어, 이를 그대로 업무량으로 환산할 경우 실제 의사 노동량이 과대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FTE 개념을 배제한 채 진료비 비율로 대체한 것은 과학적 추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이용 데이터 선택 따라 '전망 널뛰기'

의정연은 정부 추계에서 활용된 의료이용 데이터 기간 선택 역시 수급 전망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종별 입원일수 증가율은 2004~2010년 기간에는 95.3%에 달했지만, 2010~2023년에는 28.4%로 크게 둔화됐다. 

박 연구원은 "어떤 기간의 데이터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미래 수요 전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계위가 2000~2024년 데이터를 적용해 분석한 ARIMA 모형에서는 향후 5년간 필요 의사 수가 약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0~2023년 데이터만 적용할 경우 필요 의사 수 증가분은 2.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사 생산성 관련 가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추계위는 AI 도입으로 의사 생산성이 6% 향상되는 동시에, 의사의 근무일수가 5% 감소한다고 가정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근무일수 감소는 정책으로 강제할 수 없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라며 "생산성 향상과 근무 축소를 동시에 전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연구에서는 AI 도입으로 진단 판독 시간이 최대 61% 단축되고, 의무기록 작성 시간이 40% 이상 감소하는 등 생산성 향상 효과가 이미 실증되고 있다"며 "AI 효과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반영한 것 역시 문제"라고 언급했다.

의정연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보다 보수적이면서도 현실을 반영한 자체 수급 추계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공급 모델에는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 95.28% △임상활동 비율 92.07% △은퇴·사망률 0.55% △해외이주율 0.01% △연간 실 근무시간 2302.6시간이 적용됐다. 근무시간 수치는 2025년 의정연이 약 100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됐다.

그 결과 FTE 기준 의사 공급량은 2035년 15만4601명, 2040년 16만4959명으로 추정됐다. 이는 정부 추계위가 제시한 2040년 공급량(약 13만8천 명)보다 1만 명 이상 많은 수치다.

반면 의료수요는 2035년 14만634명, 2040년 14만6992명으로 분석돼, 중·장기적으로 공급 초과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이번 분석은 하나의 시나리오이지만, 정부 추계만이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정원 확대 논의에 앞서 추계 구조 자체를 재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성존 회장

전공의들 "정부의 정책 속도와 시점 동의못해"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공의 단체의 우려도 이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은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를 서두르는 데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한 회장은 "의사가 더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한지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속도와 시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강행된 의대 증원이 의료 현장 혼란과 교육 파행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또다시 속도전을 벌이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회장은 "정답이 불분명할수록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며 "지금은 '선거의 시간'이 아니라 '의료의 시간'에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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