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혼선 책임론 확산…의협 역할 놓고 의료계 내부 비판

"보정심 구조 개편·의대 정원 충분 검증 요구"
병의협 '추계위 결론 방조… "집행부 책임져야'"

김아름 기자 2025.12.31 16:04:58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이 의료계 전반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가운데, 논의 과정에서의 혼선과 책임을 둘러싼 시선이 정부를 넘어 의사협회(회장 김택우)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한 정부의 강행 기조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협상의 한 축을 맡아온 의협 집행부의 대응과 판단 역시 의료계 내부에서 본격적인 검증 대상에 오른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 지난 29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과거 정부 입맛대로 정책을 통과시키던 '거수기 위원회' 운영은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보정심 구성과 논의 구조의 전면 개편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2024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 과정에서 보정심이 비과학적·비합리적 논의 구조 속에서 정부 결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재차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김택우 회장은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됐듯, 당시 2000명 증원은 불과 몇 분 만에 졸속 처리되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대표적 사례"라며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또다시 배제된다면 의료 대란이라는 전철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인력 수급과 같은 국가적 중대 사안일수록 실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단체의 정책 참여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논의와 관련해서도 성급한 결정을 경계하고 있다. 김 회장은 "AI 도입, 의료기술 발전, 의료 생산성 변화 등 미래 의료 환경의 핵심 변수들이 수급 추계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며 "이는 '구조적 요인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타당성을 확보하라'는 감사원 지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강의실 부족으로 타 단과대학 강의실을 빌려 쓰는 의과대학이 속출하고 있고, 의학교육평가원 인증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교육 여건도 적지 않다"며 "교육 인프라에 대한 실질적 검증 없이 숫자만 맞추는 논의는 의료의 질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협의 대응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31일 성명을 내고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황당한 결론 발표 과정에서 의협은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며 "의협은 의사회원들 앞에 분명한 사과와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추계위가 학문적 연구 기구가 아니라 정책 결론을 도출하는 정치적 성격의 기구인 만큼, 의협이 임상 현장을 잘 아는 의사를 중심으로 위원을 추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방·보건 전공 교수 위주로 위원이 구성되면서 의료 현장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병의협은 "이미 11차 회의 이후 언론을 통해 대규모 의사 부족 결론이 예견됐음에도 의협은 기존 위원 교체나 추계 방식 전면 재검토 요구 등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며 "이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할 명분을 제공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병의협은 "의대 정원 문제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2년 가까이 삶을 걸고 저항해 온 핵심 사안"이라며 "의협의 안일한 대응은 이들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다가오는 1월 보정심에서 의료계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의협 집행부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의대 정원 숫자 논쟁을 넘어,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거버넌스와 대표성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의대 정원 논의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의협·의료계 각 주체가 책임 공방을 넘어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보정심 구조 개편과 수급 추계의 신뢰성 확보, 의학교육 여건 개선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해결되지 않는 한, 유사한 혼선과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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