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사 수 고무줄 추계, 더는 용납 못한다"

ARIMA 모형 정면 비판… "AI·FTE 반영없는 추계 왜곡"
"납득할 결과 없으면 단식 포함 등 총력 투쟁" 경고도

김아름 기자 2025.12.26 12:10:20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의료계가 정부의 의사 인력 수급 추계 방식을 '고무줄 추계'로 규정하며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26일 정례브리핑을 열고 정부 수급추계위원회 운영과 통계 모형의 구조적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과학적·객관적 근거 없이 산출된 추계 결과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단식 투쟁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김택우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지난 2천 명 의대 정원 증원이 과학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 없이 추진됐음이 확인됐다"며 "정부가 또다시 같은 방식으로 의사 수를 결정하려 한다면 의료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날 정부가 의사 수급 추계에 활용하고 있는 통계 모형의 타당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회장은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이 과학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결여한 채 추진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반성 대신 같은 방식의 정책 논의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의협이 문제 삼은 핵심은 정부가 수급추계위원회에서 활용하고 있는 분석 방식이다. 현재 사용 중인 ARIMA(아리마) 모형의 경우 과거 데이터의 특정 시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달라지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 모델이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시점에 따라 의사가 부족해 보이기도, 남아 보이기도 하는 불안정한 결과를 근거로 국가 백년대계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수 정책이사도 정부가 사용하는 ARIMA(아리마) 모형에 대해 "과거 데이터의 패턴을 단순 연장하는 방식으로, 분석 기준 시점에 따라 결과가 널뛰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 모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요양병원 급증으로 입원 일수가 95.3% 폭증했던 시기를 포함하면, 인구 구조 변화와 무관한 정책 효과가 미래 의료 이용량 증가로 왜곡 반영된다"며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장기 추계는 과학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중장기 인력 추계에는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등 선진국이 활용하는 보다 정교한 모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머릿수' 아닌 FTE·AI 생산성 반영해야"

의협은 단순 면허 보유자 수 중심의 추계 방식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이사는 "현재 정부 모형은 입원과 외래의 가중치를 1대 3.9라는 단순 비용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의사 1인이 실제로 투입하는 노동시간과 진료 강도를 반영한 FTE(전일제 환산 지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의료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AI와 거대언어모델(LLM)은 행정 업무 부담을 30~40% 줄이고 영상 판독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변수를 배제한 추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엉터리 추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의협은 의료정책연구원을 중심으로 내부 연구 역량을 총동원해 정부 데이터를 검증하고, 자체적인 의사 수급 추계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과거 정책 실패의 답습 중단, 시간에 쫓긴 졸속 결정 배제, 전문가 의견에 대한 진정성 있는 경청 등을 강 요구했다.

김택우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수치에 휩쓸리지 않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과 보건의료인력 양성지원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자체적인 추계 연구와 검증을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제시하는 데이터의 통계적 오류와 허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된 정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특정 모형을 고집하며 불완전한 변수를 적용할 경우 통계적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단식을 포함해 모든 수단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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