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헬스' 글로벌 약진… 의정갈등 해결 등 과제도 산적

[2025 보건의약계 10대 뉴스]

보건신문 2025.12.22 10:39:36

올해 보건의료계는 지난 정부 때 촉발됐던 의대증원 갈등이 새 정부 들어 조속한 정상화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의대생들과 전공의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등 장기적인 의료 시스템의 개혁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약·바이오업계는 AI를 통한 신약 개발 혁신을 목표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한 한 해였다. 약사회는 약사 직능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데 정책을 마련하고 유통업계 는 디지털 효율성에 근거해 유통 체계의 혁신을 모색하는데 집중했다.
라면과 김 등을 앞세운 K-푸드는 한류 열풍의 지속적인 인기에 힘입어 신기록을 쓰고 있다. K-푸드 수출액은 11월까지 103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의 달성이 확실시 된다.
화장품산업도 올 3분기 누계 기준 85억달러를 달성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의 활약을 이어갔다. 올해는 특히 '화장품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정부와 산학계가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마련해 K-뷰티의 성과와 미래를 공유했다. <편집자 주>  

01/ 기준 중위소득 6.42% 인상 '역대 최대'

정부가 2025년 기준 중위소득을 전년 대비 6.42%라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저소득층의 최저생활 보장 기준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의 실질적인 생계 안정을 도모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과 더불어 생계급여 선정 기준이 확대되면서(기준 중위소득 30%→32%), 약 3만4000가구(추산)가 새롭게 생계급여 수급자로 편입되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수년째 논란이 이어져 온 지역·필수 의료 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2025년 7월부터 '지역필수의사제 운영지원 시범사업'을 강원, 경남, 전남, 제주 등 4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 제도는 의사가 특정 지역 및 필수 진료과(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에 장기(5~10년)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자체가 지역 근무 수당(월 400만원 내외)과 정주 여건(주거, 자녀 교육 등)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02/  의사들 거리로… "갈등과 투쟁의 한 해"

연초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됐지만, 의정갈등 후폭풍과 함께 내부 리더십 변화까지 겹치며 갈등과 투쟁의 한해로 이어졌다. 
의료계는 궐기대회, 거리 집회 등 집단 행동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4월 20일에는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었고, 10월 25일에는 집행부의 대응을 문제 삼는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도 개최됐다. 이후 의협은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1월 세종시 복지부 청사 앞과 국회 앞에서 검체검사 제도 개편 중단과 의료 관련 입법 저지를 촉구하는 대표자 궐기대회를 연이어 개최했다. 앞으로도 도수치료, 신경성형술, 언어치료 등을 둘러싼 비급여 관리급여 전환 정책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03/  돌아온 전공의… 의료공백 '마침표'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학교를 떠나 단체 시위에 나선 의대생들

2024년 촉발된 의정갈등의 후폭풍은 2025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단계적으로 복귀했지만, 필수의료 기피와 지역의료 붕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았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복귀는 했지만 신뢰 회복은 아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 제28기 집행부가 공식 출범했다. 한성존 신임 회장은 10월 31일 실시된 선거에서 60.90%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28기 집행부는 전공의 수련의 질 향상과 수련환경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의료계 주요 현안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복귀한 전공의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근로권·교육권·안전한 근무환경 보장을 강하게 요구했다. 

04/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K-의료기기'

의료기기 산업과 AI 헬스케어 분야는 올 한해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의료 인력 문제와 제도 불확실성으로 임상 현장은 흔들렸지만, 기술 기반 산업 영역에서는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이 부각되며 'K-의료기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이동형 X-ray, 디지털 영상 진단 장비, 초음파 시스템 등 핵심 의료기기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 명단에 국내 의료기기 기업 제품들이 잇따라 이름을 올리며 기술력과 시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또 다른 키워드는 단연 AI 기반 헬스케어 기술의 본격 상용화다. 인공지능 영상 판독 솔루션은 흉부 X-ray, CT, 뇌영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상 활용 단계로 진입하기도 했다. 

05/  '위고비' 비만치료제 게임 체인저 등극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등극한 비만치료제

올해는 무엇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절대 키워드는 '비만치료제(GLP-1 계열)'였다.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가 견인한 시장 성장 속에 GLP-1, GIP 등 대사질환 타깃 약물이 다국적사 파이프라인의 중심으로 부상했고, 국내외 기업 모두 비만·당뇨·대사질환을 아우르는 후보물질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을 비롯한 제약사가 GLP-1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임상을 본격화하며 'K-비만약' 상업화 기대를 키웠다. 
특히 단일 GLP-1에서 나아가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 등 복합 작용 기전 후보들이 등장하면서 체중 감소 효과뿐 아니라 근육량 보존, 대사 개선을 동시에 노리는 차세대 비만약 경쟁이 한층 가열됐다.​

06/  CDMO 수주경쟁 치열… 고환율 악재로

2025년 제약바이오산업은 성장동력면에서 바이오의약품·CDMO 확대, 세포·유전자치료제 및 DNA·RNA 치료제 등 고부가 파이프라인 확장으로 중장기 기회가 여전히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CDMO는 안정적인 고정 수익 사업으로 부각되며 전통 제약사까지 시장에 본격 진입해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그러나 고환율·인플레이션으로 인한 R&D 비용과 원자재·에너지 비용 급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특허만료(특허절벽)와 규제 대응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졌다. 업계는 생성형 AI 기반 신약개발 고도화와 규제 혁신 없이는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하며, 2025년을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 전환점의 해"로 평가하고 있다.

07/  '약 배송' 법제화 추진에 약사들 반발

의약품 오남용을 이유로 '약 배송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약사사회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약사단체와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정부와 산업계는 환자 편의를 위해 '약 배송'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과 배달 과정에서의 변질 위험을 이유로 '약 배송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약사회는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품절약 사태)이 장기화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한정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다. 
약사회는 환자의 투약 공백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사의 처방권 침해와 안전성 문제를 들어 '의약분업 선택제' 카드로 맞서고 있어 의-약 간의 갈등이 의약분업 도입 25년 만에 다시 점화됐다.

08/  한류 열풍 속 'K-푸드' 역대 최대 매출 

올해 역시 한류 성장세에 힘입어 K-푸드의 수출은 역대 최대치의 매출을 달성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K-푸드 수출액은 2025년 11월까지 103억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해 올해 최대 실적 달성이 확실시 된다.
한국 라면은 전 세계 매운 볶음면의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젊은층을 겨냥한 인기 K-콘텐츠 활용 마케팅과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을 통해 중국, CIS, 일본, 미국 순으로 전년 대비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건강기능식품도 글로벌 웰빙 트렌드와 함께 이너뷰티 제품 등 K-건강기능식품의 우수성에 대한 인식 및 평가가 확산되면서 수출이 증가했다.
정부는 농식품산업과 전후방산업을 포함하는 'K-푸드+ 수출 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10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수출 품목과 지역 편중 현상, 국제 정세 불안 등은 K-푸드 수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09/  'GMO 완전표시제' 도입… 식품업계 긴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상정돼 식품업계는 GMO(유전자변형식품) 완전표시제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한 품목에 한해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는 고도정제식품까지도 GMO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이른바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개정으로 가공 후 제품에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아 현행법상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됐던 식용유, 간장, 당류(HFCS)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됐다.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소매시장을 중심으로 카놀라유, 대두유, 옥수수유, 간장 등에 대한 Non-GMO 원료 사용 요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구조적으로 GMO 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포도씨유, 올리브유로 일부 가정용 식용유 수요가 옮겨 갈 것으로 전망된다. 

10/  APEC서도 눈에 띈 K-뷰티 인기

'APEC CEO 서밋' 부대 행사에 참여한 아모레퍼시픽 부스 전경

전 세계에서 급상승 중인 K-뷰티의 인기는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로 이어졌다. 정상회의 공식 일정과 연계해 운영된 'APEC CEO 서밋' 부대 행사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피알, CJ올리브영 등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이 참여해 각국 정상과 고위 인사에게 K-뷰티를 알렸다. 
전시장을 둘러본 각국 정상과 부인들은 전시된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 보며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미국 백악관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한 K-뷰티 제품들을 SNS에 공개하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APEC 정상회의 개최 후 글로벌 소셜 데이터 23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K-뷰티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뷰티는 지난해 대비 구글 트렌드 검색량이 4배 이상 늘었으며, 주요 뷰티 브랜드와 퍼스널컬러 진단  등 체험형 프로그램이 크게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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