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상화 골든타임, 아직 남아 있다… 정부 정책 전환 필요"

인터뷰/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
필수의료·의학교육·의사 형사책임·의약분업 등 현안 한계점 지적

김아름 기자 2025.12.10 09:00:32

의대 증원 사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해를 넘기며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지만, 의료계는 "골든타임은 아직 남아 있다"며 대화를 통한 해법 마련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거두지 않고 있다.

9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김성근 대변인은 정부 정책의 일방성, 의학교육 붕괴 위기, 필수의료 기반 약화, 성분명 처방·불법대체조제 문제 등 의료계의 핵심 우려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김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의대정원 증원 발표를 "2020년 의정합의로 어렵게 쌓아 올린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정부 초기 의대생·전공의의 복귀로 '정상화의 단초'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편, 관리급여 도입 등 굵직한 정책을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다시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의정 간 신뢰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의료 정상화의 골든타임은 남아 있다"며 전제 조건으로 정부의 근본적 정책 방향 전환, 현장 반영,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제시했다. 의협은 정부·국회·시민단체와 모든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있으며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원 늘리고 모집인원만 줄이는 건 말장난… 원점 재논의 필요"

특히 김 대변인인은 객관적·타당한 자료를 기반으로 의대정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을 언급했으나, 김 대변인은 "정원은 그대로 두고 모집인원만 줄이는 것은 임시적 조치일 뿐"이라며 "근본적 해결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협은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참여 중이지만 "전문가 의견 반영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한다. 나아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드러낸 절차적 위법성, 협의 왜곡, 무리한 정책 추진 과정이 향후 논의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내년 의대 교육 현장은 유급생과 신입생이 섞여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초유의 상황이 예상된다. 김 대변인은 이를 단호하게 "교육 불가능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의 복귀 조치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교수진 확보·교육전담 교수 확대·실습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수라고 지적이다.

의협은 △국무총리 산하 '의료정상화 시스템 구축위원회' 설치 △'의학교육협의체' 신설 등 구조적 대책을 제안했다. 

필수의료 해결의 핵심은 저수가·업무강도·사법 리스크

김 대변인은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의 핵심으로는 필수의료의 저수가·과도한 업무강도·사법적 위험 해결을 꼽았다.

또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에 대해선 "기본 설계도조차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역에는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변인은 "지역의료 붕괴는 지역 소멸·수도권 쏠림 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공공정책수가 확대, 정주 여건 개선, 국가·지자체 투자,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응급·중증·분만·소아 등 필수 인프라는 "수익과 관계없이 존재 자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공공정책수가 대폭 신설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부인과 교수 형사 기소 사건 등으로 분만 인프라 붕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김 대변인은 "다른 선진국보다 의사 형사 기소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의협이 요구하는 보호 수준은 △사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공소 제기 면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형사처벌 면제 △의료진 부족·병상 포화 등 불가피한 전원조치의 책임 면제 등이다. 

이는 "의사 특혜가 아니라 위급 상황에서 최선의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환자 안전 조치"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료체계 근간 붕괴… 결코 수용 불가"

최근 의협은 '불법 대체조제 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또한 의협은 성분명 처방 논란에 대해 △성분명 처방은 약 선택 주체가 바뀌는 제도임에도 안전성 논의 전무 △제도 시행 후 발생 가능한 약화 사고 책임 소재 불명확 △해외에서도 성분명 처방 강제 사례 없음 △대체조제가 임의로 이루어지면 치료 실패·부작용 위험 증가 등을 꼽았다. 

김 대변인은 "진단·처방 주체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가 돼야 하며 이는 의약분업의 마지노선"이라고 밝혔다.

"정부·국회와 다층적 소통… 자료 기반 설득에 주력"

의협은 다양한 통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 개별 면담과 복지부 실·국장, 교육부, 총리실, 대통령실 등 실무 협의 등 다양한 통로로 정부·국회와 접촉하고 있다. 현안 발생 시 자료 상시 제공하고 있으며, 정책 설계 단계 자문 구조로 참여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연구보고서·현장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자료를 제공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회원 사이에서 집행부가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데 대해 김 대변인은 "현장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다"며 공감했다. 다만 집행부는 "의료계 전체의 이익과 국민 건강을 고려해 최선의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협은 범대위 산하 3개 아젠다 분과를 중심으로 정부·국회와 전방위 대응 중이며, 필요 시 총궐기 등 수위 조절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개원의, 교수, 봉직의, 전공의 등 직역 간 입장이 다른 경우도 있지만 김 대변인은 "대화를 통해 공통점을 찾고 단일한 메시지를 만드는 게 대변인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김성근 대변인은 인터뷰 내내 '의료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협은 직역별 의견을 수시로 수렴하고 회의·간담회·전문위원회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며, 가능한 한 통합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교육·의료·법·수가·분업 등 모든 축이 동시에 흔들리는 지금, 정부의 정책 전환과 실질 협의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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