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착증은 여전히 '나이 든 사람의 병'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크게 다르다. 오래 앉아 있는 생활, 구부정한 자세, 스마트폰 사용 등 현대인의 생활습관이 20~30대의 척추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마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택근무 증가와 디지털 기기 사용 확대로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 있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디스크뿐 아니라 추간공협착증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30세대는 직업적·환경적으로 허리를 굽힌 채 일하거나 장시간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미세한 척추 손상이 누적되기 쉽다. 여기에 운동 부족으로 인한 근력 약화와 체중 증가까지 겹치면서 신경이 지나는 공간이 더 쉽게 좁아져 협착 위험이 높아진다. 즉, 젊은 층의 협착증은 '퇴행'보다 생활습관 요인이 핵심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주안나누리병원 척추센터 정승영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젊은 층의 협착증은 통증 양상이 디스크와 매우 비슷해 스스로는 구분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MRI에서 추간공이 좁아져 있거나 디스크와 협착증이 동시에 진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년층에서는 오랜 퇴행성 변화가 누적되며 전형적인 척추관협착증이 나타난다.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중심 통로가 점차 좁아지면서 다리 저림, 힘 빠짐, 보행거리 감소 등 증상이 나타나고, 걷다 쉬다를 반복하는 '간헐적 파행'이 대표적이다. 이는 마치 오래된 수도관에 녹이 쌓여 물길이 막히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이에 대해 정승영 원장은 "노년층 협착증은 시간에 따른 퇴행성 변화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신경 통로가 서서히 좁아지면서 보행 장애가 뚜렷해진다"며 "다리 저림과 보행 불편이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로 여기지 말고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방향도 세대별로 차이가 있다. 젊은 환자들은 뼈·디스크·근육 상태가 비교적 좋아 보존적 치료 반응이 우수하다. 그러나 추간공 협착이 진행됐거나 신경 압박이 반복될 경우 적극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척추내시경 치료다. 1cm 내외의 최소 절개로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여 출혈과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일·육아·학업으로 장기간 쉬기 어려운 젊은 층에게 다음 날 일상 복귀가 가능한 점은 큰 장점이다.
반면 노년층은 퇴행성 변화가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는 호전이 제한적일 수 있다. 약물치료, 신경차단술 등에 반응이 없고 보행 장애가 심해지면 감압술이나 척추내시경을 고려하며, 척추 불안정성이 동반된 경우에는 척추유합술까지 필요할 수 있다.
정승영 원장은 마지막으로 "협착증은 이제 특정 연령대의 병이 아니다"라며 "젊은 층은 생활습관, 노년층은 퇴행성 변화가 원인인 만큼 원인과 연령에 맞춘 개별화된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 보행 불편이 지속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조기에 전문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