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소방청이 급격히 악화하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의 해법으로 '현장 의료진과 구급대원의 법적 안전망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생사를 다투는 응급의료 현장에서 의사·구급대원에게 과도한 형사적 책임이 부과되는 한, 어떤 제도 개선도 근본적 해결로 이어질 수 없다는 데 양측이 뜻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지난 1일 세종시 소방청사에서 소방청과 간담회를 열고 응급의료·이송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의협은 현재 응급의료 체계가 직면한 위기를 △과도한 형사 처벌 리스크로 인한 의사 기피 심화 △배후 병상·인력 부족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등 구조적 요인에서 찾았다.
특히 응급환자 특성상 나쁜 결과가 발생해도 책임을 의료진 개인에게 전가하는 현 제도는 "응급실 기피를 가속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소방청 역시 의료진의 문제 제기에 강한 공감을 나타냈다. 이에 양측은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법적 안전망(면책특례) 구축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편, 의협과 소방청은 이번 논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응급의학 학회 및 의사회, 보건복지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법률 개정안과 각종 응급의료 현안에 대해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코피나 단순 열상 등 간단한 처치가 가능한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점유하여 정작 중증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의사회 및 소방본부가 협력하여 119 구급대가 경증 환자를 지역 내 처치 가능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응급환자 앞에서는 소방과 의료기관이 하나의 팀이어야 한다"며,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환자 수용에 적극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응급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현재의 응급의료 이송시스템 문제에 대한 개선을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소방청이 앞으로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의사협회에서 박명하 상근부회장, 서신초 총무이사, 김성근 공보이사 겸 홍보이사(대변인), 김충기 정책이사가 참석했으며, 소방청에서는 김승룡 청장직무대행, 박근오 119대응국장, 백승두 대변인, 유병욱 119구급과장, 박용주 구급의료팀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