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미리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임신 전 건강 점검 중에 놓치지 않아야 할 것 중 하나가 갑상선이다. 갑상선은 목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으로 신진 대사, 체온 조절, 각종 장기의 기능 유지 등 역할을 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임신하면 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여러가지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나는데, 임신 중에는 태반 호르몬과 신진대사의 변화로 갑상선 기능에 복잡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면역학적 변화에 따른 갑상선기능의 변화로 임신 전에 없었던 갑상선 기능 이상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발견하지 못한 갑상선 질환이 있었다면 임신과 태아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은평구 서울장문외과 갑상선클리닉 홍지선 원장은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과대해지는 갑상선 기능 장애는 난임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 유산이나 조산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도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성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생겨 발기 부전, 성욕 감퇴, 정자의 양과 질 저하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갑상선 호르몬의 문제로 무조건 임신이 안 되거나 착상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신 중에는 사람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hCG)으로 인해 유리갑상선호르몬(fT4)이 증가하면서 갑상선자극호르몬(TSH)수치가 감소되는 현상이 보이는데, 이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임신 5개월 전까지는 태아가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을 모체로부터 받기 때문에 갑상선호르몬 요구량이 늘어날 수 있다. 만약 임신 전 갑상선호르몬 분비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 임신하면서 갑상선 호르몬 부족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임신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을 수 있다.
홍지선 원장은 "갑상선호르몬은 태아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신을 유지하고 태아 뇌·신경발달에도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태아 조산, 저체중, 성장부진, 신경관 결손, 유산 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심한 경우 뇌 신경계 발달 지연, 인지 장애, IQ 저하, 지적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해지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기면 산모에게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고 태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인한 추위, 체중증가, 피로감, 피부 건조, 탈모 같은 증상이 임신에 의한 변화로 여겨져 갑상선 문제로 인지되지 못할 수 있다. 가급적 임신 전에 갑상선 기능 문제 여부를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홍지선 원장은 "임신 중 검사하는 경우 혈중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가 임신 주수에 따라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 시 임신으로 생기는 변화를 잘 고려한 진단해야 한다. 갑상선 질환에 대한 임상 경험과 치료 경험이 풍부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갑상선 기능 장애로 진단되면 임신 중이라도 약물을 복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제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인 경우 항갑상선제를 복용하게 된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인체 호르몬과 같고, 항갑상선제도 태아에게 해를 주지 않는 용량으로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
홍지선 원장은 "임신 중 발생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출산 후 호르몬이 정상화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출산 후에도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지가 않다. 출산 후에도 갑상선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모든 임신부에게 갑상선 검진이 권고되는 것은 아니지만, 갑상선 질환 의심 증상이 있거나, 과거력이 있다면 임신 전이나 임신 직후라도 검사하는 것이 권고된다. 만약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이 임신을 계획한다면 전문의와 함께 임신과 임신의 유지, 출산 후까지 치료와 관리에 대해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