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 '강력 반대'

"건보공단에 수사권? 도둑에게 칼 쥐어주는 격"
내부 비리부터 바로잡아야… "공단 개혁이 우선"

김아름 기자 2025.11.07 17:23:49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건보공단은 수년간 방만 운영과 비윤리 행태로 건보재정 누수를 초래해온 기관"이라며 "이 같은 기관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도둑에게 칼을 쥐어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건보공단 직원에게 불법 개설 의료기관(일명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의협은 "공단 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며, 의료기관의 진료 자율성을 침해해 국민 건강권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협은 공단은 국민의 건보료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임에도 최근 8년간 약 6000억원의 인건비를 정부 지침을 위반해 과다 편성하고 이를 직원들이 나눠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이는 스스로 법령을 어긴 기관이 국민과 의료기관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명분도, 도덕성도 결여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사무장병원 적발, 공단이 맡을 영역 아니다"

의협은 특사경 부여의 주된 명분으로 제시된 사무장병원 단속 역시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사무장병원 적발은 현재 검찰·경찰 등 전문 수사기관에서도 장기간의 정보 분석과 행정 협조가 필요한 복잡한 사안이다.

의협은 "의료기관 개설과 관련된 전문성조차 갖추지 못한 공단 직원에게 강제수사권을 부여해 사무장병원을 색출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부당한 수사활동비나 성과 인센티브를 노린 권한 확대 시도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건보공단 내부의 잇따른 비리와 횡령 사건이 특사경 논의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공단 직원의 거액 횡령 사건에 이어 최근 인건비 편취까지 드러나며, 공단의 관리·감독 부실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의협은 "건보공단은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기관임에도 재정 누수를 일으켜 왔다"며 "이런 기관이 의료기관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공단 스스로가 특사경의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할 정도의 부패 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의료기관 대등 관계… 견제기능 강화 필요"

의협은 건보공단과 의료기관은 건강보험법상 '상호 대등한 계약관계'에 있는 만큼 공단이 일방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공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가 포함된 국민감사위원회 구성,
▲공단에 대한 정기적 외부감사 및 감사원 상시 점검체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의협은 또한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강압적 수사보다는 의료계의 자정노력이 효과적이라며,
자진신고 감면제도 도입, 내부 제보자 보호 강화, 지역의사회 중심의 실태 점검 시스템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의협은 "공단은 의료기관에 대한 수사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당장 내부 감사와 개혁을 통해 재정 누수를 차단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형사소송법 취지에도 어긋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이번 개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권한 확장보다 책임 강화가 먼저"라며 "공단의 방만 운영이 지속되는 한, 어떤 제도도 건보재정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