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탁상행정이 응급의료 무너뜨린다"

"응급실뺑뺑이 방지법, 현장 붕괴 직전"… 응급의학의사회, 정치권 '탁상입법' 비판
"현장 배제한 무리한 법안은 응급의료체계 붕괴 초래… 정부는 책임 전가 중단해야"

김아름 기자 2025.11.07 14:35:38

"응급실이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는 겁니다."

응급의학과의사들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비전문가 중심 탁상행정이 현장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회장 이형민)는 7일 '119 강제수용 입법저지와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규정을 삭제하되,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또 응급의료기관이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전담 당직 전문의 등이 최소한 2인 1조가 되도록 근무 체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응환자의 최종치료를 위한 질환군별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 관련 법안들은 지금껏 코로나19와 의료위기 속에서도 현장을 지켜온 응급의학 전문의들을 토사구팽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관리 불가능한 최종치료의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또 이미 유사한 시스템(NEDIS, 응급의료현황판, 핫라인 등)이 존재함에도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부정확한 정보로 강제 수용을 시도할 경우, 오히려 환자의 생명과 예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 회장은 "병원이 환자를 받지 않는 이유는 수용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를 '의료기관이 환자를 거부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본질부터 짚었다. 응급실이 환자를 안 받는 게 아니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모든 대책이 마치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처럼 의료진을 매도하고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는 어떤 나라에도 존재하며, 정상적인 환자 이송 시스템의 일부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문제가 된 이유는 선정적 언론보도와 정치적 희생양 찾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사회는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는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겠다'는 목표를 정치적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닌 ▲응급실 과밀화 해소 ▲경증환자 분류체계 확립 ▲최종치료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응급의학의사회 △응급의료 붕괴 초래할 강제수용 입법 즉각 중단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및 경증환자 수요 억제 대책 마련 △최종치료 및 취약지 인프라 확충 계획 수립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민·형사 면책 보장 △현장 중심 논의체 구성 및 전문가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왼쪽부터) 김찬규 대변인, 이형민 회장, 이강의 대외이사, 전호 총무이사

특히 의사회는 "정부가 자초한 필수의료 붕괴의 책임을 응급의료진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강의 대외이사는 "응급실 강제수용은 의학적 판단이 아닌 행정편의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이대로라면 응급의료체계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 정치권은 현장을 모르는 비전문가 중심의 정책으로 응급의료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작 환자의 예후와 생존율 향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호 총무이사도 "응급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인의 양심에 따라 끝까지 싸우겠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생명을 지키려 한다면,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회장은 "지금 추진되는 법안들은 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채 보여주기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탈진과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며 "응급의료는 행정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영역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비겁한 책임 전가를 즉각 중단하고, 전문가들과의 실질적 논의체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응급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인의 양심에 따라 끝까지 싸우겠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생명을 지키려 한다면,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끝으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본질은 법이 아니라 구조"라며 "정부가 진정한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