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의료원 '흑자 신화'… 정용구 원장이 바꾼 공공의료 현실

신경외과의사회, '흑자 경영' 김천의료원 정용구 원장에 공로패 수여
정 원장 "의사 급여·휴가 보장...진료 역량 높이니 환자 몰려 선순환"
"공공병원은 구조적 적자...필수의료 전념토록 정부 100% 보전해야"

김아름 기자 2025.10.27 06:33:01

(왼쪽)고도일 회장, 정용구 원장

공공병원의 고질적 적자 구조 속에서 '흑자 경영'을 실현한 병원장이 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으로 김천의료원을 이끄는 정용구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환자의 신뢰를 얻고, 의료진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공공병원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고도일)는 26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공공병원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한 공로로 정용구 김천의료원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이날 고도일 회장은 정 원장의 성과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고 회장은 "공공병원이 적자였다는 것은 당연한데 흑자를, 그것도 지속적으로 봤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라며 "유지만 돼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30억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뇌 센터 등 4개 센터를 성공시키고, 없던 중증 환자 응급실을 만들었으며, 의사 47명에 직원 500명 규모에서 흑자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김천에서 필수의료인 뇌 수술, 뇌혈관 조영술까지 해낸 노하우가 궁금했다"고 공로패 수여 배경을 밝혔다.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2020년 김천의료원장으로 부임한 정 원장은, 뇌혈관 센터 등 4개 센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필수의료인 응급실을 활성화하는 등 경영 혁신을 통해 공공병원의 고질적 적자 구조를 타파하고 흑자 경영을 이뤄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환자 신뢰 우선...의료진 환경 만드니 선순환"

정 원장은 공공병원 혁신의 출발점을 '신뢰'라고 단언했다. 그는 "환자가 병원을 믿고 찾아와야 공공의료의 의미가 있다"며 "원장이 직접 농촌과 산간 지역을 돌며 왕진을 다니고,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찾아가는 '행복병원' 버스도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진료 철학은 지역민의 공감을 얻었고, 김천의료원은 '찾아가는 병원', '믿을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병원을 찾아온다"며 "원장이 직접 산간 지역으로 진료를 나가고, 거동 불편 환자를 위해 간호 파트와 왕진을 다녔으며, 진료 버스 '행복병원'도 주도적으로 운영해 '김천의료원이 노력한다'는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 시대에 맞춰 산부인과를 개설하고 인근 산후조리원 위탁 경영을 시작해, 올해 분만 건수가 150건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혁신의 핵심 동력은 '의료진 확보'였다.

정 원장은 "의료진에게 급여는 최대한도로 주고, 정해진 휴가 15일을 모두 쓰게 하는 등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며 "외국 학회 지원 등 의사들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니, 환자의 필요에 따라 의사를 추가 모집해도 평판과 환경을 보고 지원자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월급만 많이 준다고 의사가 가는 것이 아니다. 협진할 타과 의사들이 충분한 '배후 진료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며 "원장이 솔선수범하고 의료진이 늘어 진료 역량이 증가하니 환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병실 가동률이 85%(전국 평균 60%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공공병원, 구조적 적자...필수의료 전념토록 100% 보전해야"

다만 정 원장은 '흑자'라는 결과 이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공공병원은 시스템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직원 500명의 '퇴직 적립금'만 해도 1년에 35억 원이다. 흑자도 적자도 아닌 '제로'를 만들려면, 매년 35억 원을 더 벌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흑자가 난 것은 의료진을 믿고 환자를 많이 본 결과"라며 "공공병원은 민간 병원처럼 수익을 내는 비급여 항목을 거의 하지 않고 필수의료를 수행한다. 이는 결국 주민과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공공병원이 '어떻게 적자를 면할까'에 집중하는 현재 환경이 문제"라며 "일본처럼 공공병원의 필연적 적자는 국가나 지자체가 100% 보전해줘야 한다. 그래야 의사들이 돈 걱정 없이 필수의료에만 전념할 수 있고, 공공병원이 효과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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