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의사회, 실손보험 개선안 제시… MRI 규제 "비현실적"

실손보험 제도 관련 의협 중심 공식 채널 마련해 "의학적 판단은 의사에게"
MRI 병상 200개 규제 도마 위... 고도일 회장 "배드당 연 300만원, 불합리"

김아름 기자 2025.10.27 06:31:42

(왼쪽)지규열 총무위원장, 고도일 회장 

신경외과의사회가 실손보험 '입원 적정성' 문제와 MRI 병상 규제 등 의료현장의 불합리한 제도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고도일)는 지난 26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실손보험 및 MRI 병상 규제 등 신경외과가 당면한 현안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고도일 회장은 실손보험 '입원 적정성' 판단 기준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객관화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각 전문 학회가 판단하는 새로운 객관적 시스템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고 회장에 따르면 실손보험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학회 차원에서 보험회사와 논의를 시작했다. 

고 회장은 "가장 큰 쟁점은 입원 적정성"이라며 "의사가 볼 때는 입원이 적정한데, 보험회사가 볼 때는 적정하지 않다는 기준의 차이가 있다. 이 기준이 의학적 판단보다는 심평원의 삭감 논리, 즉 경제성 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는 '아프다'는 기준이 모호하다며 통증 점수 '바스 스코어(VAS score)가 얼마냐' 등으로 따지지만,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밖에서 보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는 '입원 적정성' 판단을 객관화해야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의사협회 산하에 '회원권익위원회–실손보험대책위원회–전문학회'로 이어지는 공식 판단 체계를 구축했다.

고 회장은 "민원이 생기면 의협 '회원권익위원회'가 접수해 '실손보험 대책위원회'로 보내고, 다시 각 전문 학회로 보내 객관적 판단을 구하는 시스템"이라며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 각과 전문 학회 교수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이사장 명의로 회신을 주면, 보험사도 그 결과를 따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회의 판단은 환자들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입원' 문제부터 시작하지만, 이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 도수 치료 등 다른 비급여 항목의 적정성 판단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개별 의료기관이 실손보험사를 직접 상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의사협회가 공식 채널을 통해 해결하는 '객관화'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고 회장은 이번 제도의 개선의 핵심을 "의료계의 자정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일부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의료계가 내부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정화하지 않으면, 외부의 강압적 통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또 "이제는 학회가 동료 의사의 행위를 직접 판단한다는 점에서, 기존 행정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자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규열 총무위원장도 "현재 문제는 입원 '일수'가 아니라, '입원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험사가 주장하는 것"이라며 "보험사는 단순 시술이나 처치를 위한 입원이라고 판단하지만, 저희는 환자의 통증, 신경학적 이상 등 '증상'에 의한 입원이라는 입장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학회가 공식 채널로 기준을 제시하고, 의협에 창구가 마련된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보험사도 손해 날 일이 없고, 회원도 이익을 보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창구가 마련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MRI 200병상 규제 "비현실적 제도로 현실 무시"

의사회는 이날 또 다른 현안으로 신경외과 병원급 기관이 겪는 특수한 현안으로 'MRI 병상 수 문제'를 꼽았다.

현행 규정상 병원급 의료기관이 MRI를 설치·운영하려면 '200병상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고도일 회장은 "저희 병원은 130병상인데, MRI 운영을 위해 70병상을 다른 병원에서 빌려와 기준을 맞추고 있다"며 "이 병원이 없어지면 그 순간 MRI를 찍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병상을 빌려오기 위해 배드당 연 300만원씩, 연간 9천만원을 지불하고 있다"며 "복지부는 '구할 수 없다는 증명만 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병상 구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의료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가 결국 지역 의료 접근성을 낮추고, 환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의사회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고 회장은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 72시간으로 제한되면서, 실제 수술 경험이 크게 줄었다"며 "과거 2년차가 하던 수술을 이제는 4년차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펠로우를 더 오래 해야 하니 지원율은 더 떨어지는 외과계 전체의 문제"라며 "이러다가는 맹장 수술도 못 하는 의사가 나올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수술에 대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런 식으로 교육이 부실해지면 10년 뒤에는 외과 계열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이는 전공의 급여 지원 등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약 400명이 참석한 추계학술대회는 '요추와 하지 질환'을 주제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위주 프로그램과 심도 있는 원론적 강의로 구성됐다.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