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설치' 부결… "3대 악법 저지, 집행부에 힘 실었다"

"수탁고시·성분명처방·한의사 엑스레이" 위기감 속 격론… "사안마다 비대위 안 돼"
단일대오로 투쟁 결의문 채택 "집행부 중심 강력 대응과 하나돼야" 의지도 재확인 

김아름 기자 2025.10.25 19:16:20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가 성분명 처방 강제화,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 검체수탁고시 강행 등 이른바 '3대 악법·악행'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부결시켰다. 대신 현 집행부에 전권을 위임하고, 단일한 구심점 아래 강력히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25일 의협 대의원회(의장 김교웅)는 의협회관에서 임총을 열고 '3대 악법 저지를 위한 비대위 구성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날 회의에는 대의원 173명(성원 162명)이 참석했으며,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50표, 반대 121표, 기권 2표로 최종 부결됐다.

회의장은 '투쟁 방식'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먼저 찬성 측은 "지금은 전시 상황"이라며 비대위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반대 측은 "사안마다 비대위를 만들면 조직력이 분산된다"며 단일체계 대응을 주장했다.

비대위 구성을 제안한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성분명 처방, 검체 위수탁,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등은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9중 파도'"라며 "이럴 때일수록 전시사령부인 비대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도 의쟁투가 의료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며 "이번 비대위는 의료계의 마지막 방어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성 발언에 나선 조현근 부산시의사회 대의원도 "회장과 부회장 모두 비대위원장 출신으로, 투쟁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들"이라며 "비대위를 만들어 일심단결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모든 사안마다 비대위는 무의미"… 신중론 확산

반면, 비대위 설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최주혁 충남의사회 대의원은 "비대위는 의료계 존립이 걸린 대형 사안에 한해 발족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들은 비대위 체계로 대응하기엔 규모와 무게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분명 처방 논의는 25년, 한의사의 의료기기 도전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이 모든 사안마다 비대위를 만들면 조직이 산만해질 것"이라며 "검체수탁고시 문제는 자칫 '리베이트 프레임'으로 왜곡될 위험이 있으므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임총에서는 '검체수탁고시' 문제에 대한 회원들의 분노와 절박감이 폭발했다.

이승찬 경기도 회원은 "수탁고시는 사실상 '검사 금지법'"이라며 "하루아침에 진료 기반이 무너질 위기다. 이미 폐업을 고민하는 동료 의사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사태는 복지부의 특정 인사에 의해 촉발된 2차 파동"이라며, 과거 해당 고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조정호 보험이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조 보험이사는 "해당 고시는 복지부가 주도한 사안이며, 내가 추진한 사실은 없다"고 즉각 반박하며 "추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김택우 회장 

집행부 "의협 중심 단일대오로 뭉쳐야"

의협 집행부는 사안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도 "투쟁의 분산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택우 회장은 "모든 사안마다 비대위를 설치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의사들이 의협이라는 구심점 아래 하나로 뭉칠 때 정부와의 협상력이 배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개월간 의료 정상화를 위해 온몸으로 부딪혀왔다"며 "집행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투쟁을 이끌 것이니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박명하 상근부회장도 "회장 역시 비대위원장 출신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검체수탁고시 문제로 곧바로 광화문으로 나갈 상황은 아니다. 현안별로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의원회는 이날 임총을 마무리하며 '국민 건강권을 파괴하는 모든 시도를 전면 거부한다'는 제목의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문은 ▲성분명 처방 강제화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검체수탁고시 왜곡 시행을 '3대 악법·악행'으로 규정하고 단호히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함께 "분열을 막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현 집행부가 전 회원의 뜻을 위임받아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에 ▲성분명 처방 강제화 법안 철회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안 폐기 ▲검체수탁고시 전면 백지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대의원회는 "의료계의 생존이 달린 중대한 시기"라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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