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이면 길을 걷다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러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흔히 찬바람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은 단순 현상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반복적이고 과도하다면 안과적 질환인 '눈물흘림증(유루증)'일 가능성이 높다.
눈물은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세균 감염을 막는 중요한 방어막이다. 정상적인 경우 생성된 눈물은 코로 이어지는 눈물길(비루관)을 통해 배출된다. 하지만 눈물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눈물이 고이거나 밖으로 넘치게 된다. 이를 눈물흘림증이라 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노화에 따른 눈물길 협착, 반복된 결막염·눈물주머니염 같은 염증, 외상이나 선천적 구조 이상이 있다. 눈물흘림증이 있으면 눈물이 고여 시야가 흐려지고, 눈가 피부가 짓무르며, 눈물주머니에 세균 감염이 생기면 고름이 차는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눈물이 난다고 해서 모두 눈물흘림증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안구건조증 환자에게도 눈물이 과도하게 흐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구가 건조하면 표면이 자극을 받아 눈물이 과잉 분비되는데, 이는 배출 통로가 막혀 생기는 눈물흘림증과는 원인이 다르다.
두 질환을 구분하는 핵심은 '눈물이 고이는가, 마르는가'다. 눈물흘림증은 눈물이 고여 밖으로 흘러내리며, 아침에 일어나면 속눈썹이 젖어 있거나 눈가에 눈곱이 잘 낀다. 반대로 안구건조증은 눈이 화끈거리고 모래알이 굴러가는 듯한 이물감, 오후에 심해지는 시야 흐림 등이 특징이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눈물이 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통해 두 질환을 구별해야 한다.
치료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눈물길이 좁아진 경우에는 눈물길 확장술이나 실리콘관 삽입술을 시행해 배출로를 열어준다. 눈물길이 완전히 막히면 '눈물주머니코안연결술(DCR)'을 통해 새로운 배출 통로를 만드는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흉터를 남기지 않고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반면 안구건조증은 인공눈물, 눈물점폐쇄술, 안구표면 염증 조절 등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정확한 감별 진단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강남IOK안과 오영삼 대표 원장은 "찬바람만 불면 눈물이 흐른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만성 염증이나 생활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눈물흘림증과 안구건조증은 원인과 치료법이 전혀 다르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눈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눈 건강의 중요한 신호이니, 증상이 반복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