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명 처방 동일 성분 품목 난립"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 제안

국회토론회, 국민 중심 제도 설계와 보완책 마련 한목소리

홍유식 기자 2025.10.01 16:05:52

의약분업 25년 만에 성분명 처방이 의약사 간의 해묵은 갈등 프레임을 넘어 국민의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의약품정책연구소 김대진 소장은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의 조제약 선택권 확대를 위한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 도입 정책토론회'에서 한국형 성분명 처방 제도의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김 소장은 우선 현행 제품명 위주 처방으로 인해 동일 성분 의약품의 과도한 품목 난립, 품절·재고 폐기 등 사회적 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일 성분 중복 처방 사례가 보고되는 등 환자 안전도 위협받고 있으며, 국민의 약물 정보 이해도와 선택권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이 제안한 '한국형 성분명 처방 모델'은 단계적 도입을 골자로, 1차적으로 품절·공급 불안정 성분군, 대체조제 다빈도 성분군, 그리고 청구건수 상위 100개 성분군에 적용하고, 이후 5대 주요 질환군을 거쳐 전 의약품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NTI(좁은 치료영역) 약물, 생물학적 제제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모델은 환자에게 약가 인하 기반 선택, 건강보험공단 추천 의약품 목록 운영, 본인부담금 차등화 등의 선택권을 제공하며, 조제 과정에서 제품명, 제조사, 약가 정보를 고지해 투명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9조3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약품비 절감뿐만 아니라 투약 오류 감소, 불필요한 처방 축소, 폐의약품 비용 절감 등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성분명 처방이 단순한 직역 간 갈등이 아닌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토론자들은 성분명 처방이 제네릭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환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핵심 정책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제도 정착을 위한 현실적 보완책 마련을 강조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성민 부교수는 "제네릭의 본래 의미는 '일반 명칭'인데 한국에서는 '복제약=브랜드명'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고착되어 있다"며 용어의 혼동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사례를 들어 성분명 처방이 시장 경쟁을 통한 자연스러운 약가 하락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사회정책팀 남은경 팀장은 약가 인하를 전제로 한 대체조제 허용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본인부담 차등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동일성분·동등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의료노조 정책국 오선영 국장은 "성분명 처방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제네릭 품목 정비, 충분한 정보 제공, 환자 복약 순응도 관리 등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약국마다 조제 가능한 약이 달라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환자 혼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대한약사회 이광민 부회장은 성분명 처방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핵심 과제이며, 현행 상품명 처방은 불법 리베이트와 연계되어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품명 처방으로 인해 의료기관과 약국 간 1대1 종속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성분명 처방을 통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 수석전문위원은 "팬데믹 시기 타이레놀 부족 사태를 통해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제도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 편익과 환자 안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는 현행 제네릭 약가 제도를 R&D 투자 등을 반영한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은 "성분명 처방은 의약품 접근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우선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고 대체조제 활성화를 병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의 불안 요소를 먼저 짚고, 의사·약사·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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