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학회 "한의사 초음파, 환자 생명 위협하는 폭주" 맹공

"의학적 지식 없이 기계만 다루면 오진 필연…면허체계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
간호사 탄성초음파 허용 시도에도 "국제적 망신" 일침…의사 직접 시행 원칙 강조

김아름 기자 2025.09.29 05:43:33

(왼쪽부터)신이철 총무이사, 신중호 회장, 이정용 이사장, 송민섭 공보이사

 

"한의사가 초음파를 다루는 것은 오발 사고의 위험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권총을 쥐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실험은 멈춰야 합니다."

한국초음파학회가 최근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과 일부 학회의 간호사 초음파 검사 허용 움직임에 대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강도 높은 경고음을 냈다.

학회는 이번 논란이 단순히 진료 기술을 둘러싼 직역 갈등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안전, 나아가 의료 면허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칼이 아니라 오진이 환자를 죽인다"

한국초음파학회는 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신중호 회장은 "초음파는 단순 영상 촬영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을 묻고, 압박과 자세 변화를 주며, 숨을 고르게 하면서 병변을 찾는 복합 진찰 행위"라며 "이는 단순한 '사용'이 아닌 의사의 고도의 의학적 판단이 개입되는 진단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사용 무죄' 판결을 정면 비판했다.

신 회장은"칼로 찔러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해석은 매우 위험하다. 오히려 환자의 암을 놓치거나 진단을 지연시키는 것이 환자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방암과 자궁암 환자가 한의원의 잘못된 초음파 판독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운 사례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정용 이사장은 보다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의사가 초음파나 엑스레이를 사용하려면 의대를 졸업해 정식으로 면허를 받아야 한다"며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를 몰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일침을 날렸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장이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된 사안을 언급하며 "한의계가 이를 상징적으로 활용해 초음파 보험 급여화 같은 정책 공세를 벌인다면 면허체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의료계 스스로 원칙 지켜야…일탈이 빌미 제공"

간담회에서는 의료계 내부에 대한 성찰도 이어졌다. 신이철 총무이사는 "일부 병원에서 의사가 초음파를 직접 하지 않고 직원에게 맡기는 행태가 문제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교과서에 명시된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으니 의료계가 단일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특정 학회가 간호사까지 초음파 '간 탄성도 검사' 교육에 포함시키려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국제적으로 창피한 일"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신 회장 역시 "탄성초음파는 초음파 검사 중 일부 기능일 뿐인데, 이를 따로 떼어내 인증제를 만들고 간호사에게 허용하는 발상 자체가 비전문가적"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해외 사례를 들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부연했다. 신 회장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어디서도 한의사나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초음파를 진단에 활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의사 주도 원칙은 국제 표준이자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으로 정면 돌파… 초음파는 의사의 소총"

이에 초음파학회는 교육 강화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신이철 총무이사는 "초음파는 전장의 소총과 같다. 아무리 첨단 무기가 나와도 소총수가 사라지진 않는다"며 "의사들이 초음파라는 소총을 정확히 쓸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학회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실제 초음파학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매달 핸즈온 코스를 중단 없이 이어오며 전공의와 개원의 대상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신 회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만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교육을 통해 의사들이 환자 앞에서 자신 있게 초음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초음파학회는 이날 초음파 검사는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을 갖춘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또 이번 논란을 통해 명확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의학적 전문성 없는 기기 사용은 국민 건강을 직접 위협하며, 면허 체계마저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정용 이사장은 "초음파 검사는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을 갖춘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학회는 정부와 의료계가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 원칙을 다시금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중호 회장도 "초음파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강력한 무기이자 동시에 잘못 쓰면 치명적인 흉기가 될 수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실험은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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