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의사회가 국민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과 불법 의료 관행 근절에 나섰다.
특히 성인·유아기 국가건강검진에 안저·굴절검사를 의무 도입해 실명성 안질환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기부 명목으로 포장된 불법 의료 바우처 사업을 뿌리 뽑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밝혔다.
대한안과의사회(회장 정혜욱)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인기 및 유아기 국가건강검진 내 안과질환 검진 항목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또 최근 만연하고 있는 눈 영양제 과대광고의 위험성을 경고, 교묘한 방식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불법 의료 바우처 사업의 실태를 고발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전했다.
"실명 부르는 3대 안질환, 국가검진 안저검사로 막아야"
가장 먼저 의사회는 성인기 국가건강검진에 안저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혜욱 회장은 "현행 검진에는 기본 시력검사만 포함돼 있고, 정기 안저검사는 의무화돼 있지 않다"며 "지금 시행 중인 검사만으로는 국내 3대 실명질환을 조기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안저촬영을 포함한 안과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청훈 부회장은 "국내 3대 실명 질환인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초기 증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1년에 한 번 안저검사와 안과 전문의 진료만으로도 실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은 기본적인 시력검사만 포함하고 있어, 시야 감소가 주된 증상인 녹내장이나 초기 자각이 어려운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등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과의사회에 따르면, 40세 이상 인구의 3.2%가 녹내장 환자(의증 포함)이며, 당뇨 환자 600만명 중 20~30%가 당뇨망막병증을 동반한다. 하지만 2021년 기준 40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안저검사 수검률은 29.5%에 불과해 70% 이상이 검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황반변성 역시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위험군에 속하지만, 안저검사 수검률은 전체 인구의 5~8% 수준에 그친다.
이에 안과의사회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만 66세) 시 시력검사를 분리해 안과 병·의원에서 안저검사를 받도록 하고, 검진 비용은 건강보험공단이나 지자체 재원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노년층의 만성 안질환을 조기 발견하여 미래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실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 시력, 7차 영유아검진 안과 정밀검사로 지켜야"
이와함께 의사회는 유아기 국가건강검진에 굴절검사, 사시 등 안과질환 검진 항목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 부회장은 "소아 약시는 성인기 한쪽 눈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시각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만 7~9세 이전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며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총 7차에 걸쳐 진행되는 영유아 건강검진에서는 원시, 사시 등 주요 안과 질환이 제대로 검진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57.4%가 안경 교정이 필요한 상태이며, 우리나라 5~19세 소아·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73.94%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안과의사회는 만 66~71개월에 시행하는 제7차 영유아검진 시, 안과 병·의원에서 시력검사를 포함한 독립적인 안과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정부의 제3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에도 검토 내용으로 포함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약시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여 국민 안보건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력회복', '의사추천'? 눈 영양제 허위·과대광고 주의보
의사회는 특히 무분별한 눈 영양제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도 당부했다.
오 부회장은 "최근 유통되는 일부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임에도 '시력 회복', '백내장 예방', '안과 의사 추천' 등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과장·허위 광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기능성 인정없이 성분을 임의 배합한 뒤,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도록 유도하며 경제적 피해는 물론, 질병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안과의사회는 ▲제품 구매 전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 확인 ▲'질병 예방·치료 효과', '의사 추천' 등 문구에 현혹되지 말 것 ▲온라인 광고나 리뷰는 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오 부회장은 "눈 영양제는 보조 수단일 뿐, 시력 개선이나 질환 치료를 대체할 수 없다"며 "눈에 이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부금으로 포장된 명백한 환자 유인 행위, '의료 바우처' 근절"
이날 박성용 윤리법제이사는 최근 일부 사회복지재단 명의로 시행되는 '의료 바우처' 사업이 사실상 환자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해주는 불법적인 환자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 이사는 "해당 사업은 재단이 환자에게 바우처를 발급하고, 환자가 협약 병원에서 진료 후 이 바우처로 본인부담금을 결제하면, 병원이 그 이상의 금액을 재단에 '기부금' 형식으로 납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병원 돈으로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대납해주는 것과 같아,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제27조 3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5년 의정부지방법원은 유사한 방식의 사업을 진행한 한의원에 대해 환자 유인 행위로 판단하여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판례가 있다.
박 이사는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좋은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본질은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명백한 환자 유인 행위"라며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역시 이러한 행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경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안과의사회는 올해 초부터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MOU 체결 병원에 소명을 요청하는 한편, 의협과의 공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한국실명예방재단이 정부 지원금 등으로 운영하는 '노인 실명 예방 관리 사업'과 같은 합법적이고 모범적인 대안이 이미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바우처 사업은 기부금, 결제 등 간접 경로로 이뤄져 증거 확보가 어렵고, 혜택을 본 환자의 자발적 신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면서 "윤리법제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감시와 증거 수집에 나서는 한편, 사회복지법인 명의를 이용한 간접 유인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처벌 규정을 구체화하는 등 입법·행정적 대책 마련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