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1차 수가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의원 유형 협상을 맡은 개원의협의회는 1차 결과에 대한 강한 아쉬움과 함께 구조적인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는 15일 1차 수가협상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협상 역시 녹록치 않았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위기를 반영한 현실적 수가 인상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이번 협상을 통해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이 지속가능한 진료 환경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개편'이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반복돼온 '환산지수 쪼개기' 문제는 여전히 논의 테이블 위에 올랐다. 이에 대개협은 이를 "왜곡된 방식"으로 규정하며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환산지수의 임의적 분리는 진료 왜곡을 초래하고 정책 수용성도 저해한다"며 "수가 체계의 기본 원칙에 따라 환산지수는 일괄 적용돼야 하며, 조정은 상대가치점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에서 대개협은 △의원급 수가의 원가 이하 구조 개선 △불공정한 협상구조 개선 △환산지수 쪼개기 폐지 △일차의료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 등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반면, 공단은 재정 여건을 이유로 수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2024년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의 연간 폐업 수는 1070건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총 진료비 점유율이 20%대로 정체된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연간 1000곳 이상이 폐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지역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으며, 의원급 붕괴는 국민 진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지고, 건강보험의 근본적 위기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수가 협상의 핵심 기준으로 여겨지는 SGR(급여비용 실지급률 예측모델)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안영진 대개협 보험부회장은 "SGR은 급변하는 의료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의원급 현실과 괴리가 커, 일률적인 적용은 부당하다"며 "의원급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별도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또 협상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안 부회장은 "현재 협상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논의는 제한돼 있다"며 "공급자 대표가 참여하는 재정운영위원회 구성과 수가 밴드 사전 공개를 통해 협상 체계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협상 구조 자체에 대한 구조적 개선도 요구했다.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 대표가 참여하고, 수가 밴드를 사전에 공개하는 등 협상의 투명성과 실질성을 높이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향후 수가 협상의 개선을 위해 복지부와 공단이 반드시 수용해야 할 조건으로는 △원가 이하 수가 구조의 전면 개선 △환산지수 쪼개기 폐지 △유형별 현실 반영 협상체계 도입 △재정운영위 공급자 참여 보장을 꼽았다.
강창원 대개협 보험부회장은 "의원급이 지속 가능한 진료 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일차의료 붕괴는 현실화될 것"이라며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가협상이 일차의료 회복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협상에서 드러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