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중환자실' 구축한 어린이병원… "긴급 소아진료에 앞장"

소아의료 붕괴 대응해 소아중환자자실 운영, 병원 내 감염 차단 시설 등 도입

김아름 기자 2025.04.19 09:05:12

지난 2일 생후 2개월 남자아이가 경기도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으로 전원됐다. 다른 병원에서 급성모세기관지염과 노로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은 환아였다. 호흡곤란이 심해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었다.

특히 기침, 고열 등 단순 감기 증상 외에도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호흡음(wheezing)과 함께 쇄골 위와 가슴이 들어가는 흉부함몰(retraction)이 관찰됐다. 당시 산소포화도는 85~90% 사이를 오르내렸다. 입원과 동시에 진행한 혈액검사 결과 혈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50가까이 오르면서 산도(pH)가 7.28까지 떨어지고 심장기능의 지표인 Pro-BNP 수치가 4800 수준까지 오른 것을 확인한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 대표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즉시 병실 내 설치된 '산소밸브'(Wall O2)를 연결해 산소 공급을 시작했다.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배출되지 못해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발생하는 호흡성 산혈증(Respiratory Acidosis)의 전형적인 증상이었기 때문이다. 이틀동안 전용 라인을 통해 산소공급과 분무치료(네뷸라이저)를 병행한 결과 아이의 산소포화도는 98~100%로 회복됐다. 그러자 아이의 산소포화도가 초기 85~90%에서 98~100%로 회복됐다. 아이는 6일 후인 지난 8일 건강을 되찾고 퇴원했다.

이 같이 생후 2개월된 남자아이가 건강을 되찾고 입원 6일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이 중환자실을 마련하는 등 준중증 소아 진료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었다. 

이번 사례는 소아청소년병원이라는 2차병원 환경에서도 인력 부족과 시설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이다.

또한 중증으로 가는 길목의 중등도 위기 환아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소아의료체계에서 2차병원의 역할 강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 대표원장은 18일 '소아의료 붕괴 대응 긴급 소아진료 시스템 구축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 원장에 따르면 튼튼어린이병원은 지난달 말부터 소아중환자실 3병상을 구축하고 병원 내 전 병상인 55개 병상에 산소공급라인을 설치했다. 또 병원 3층에 마련된 소아 중환자실 3개 병상에는 고유량 산소치료기, 인공호흡기 등이 설치돼 있었다. 5개 전 병상에 산소밸브와 병실 내 감염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전열 교환방식의 최첨단 공기정화시설도 설치했다.

이와 관련해 최용재 원장은 "입원 환아가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기 위해서는 수시간씩 전화기를 붙잡고 문의하는 사례가 많고 대부분 전원 불가라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그 사이 환아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고육지책으로 병원 3층 병동 내에 3개 병상의 소아중환자실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아 중환자실 설치는 정부의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지만 소아 의료체계 붕괴로 인해 환아의 건강과 생명은 풍전등화와 같은 사례 발생의 빈도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이같은 열악한 의료 및 진료 환경으로부터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며 "동료 의사들은 '적자가 뻔하데'라며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지만 소청과 전문의로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돈보다는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이 더 중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코로나 19 이후 인플루엔자,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대엽성 폐렴, RSV 등 각종 소아 감염병이 번갈아가며 지속적으로 발병하고 있다. 

이에 튼튼어린이병원은 1인실 부족으로 다인실에 각기 다른 소아감염 환아가 입원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점 보완에도 적극 나섰다. 

최 원장은 "환아 보호자의 병실내 감염 우려와 민원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열교환방식의 최첨단 공기 정화시설을 전 병실에 설치했다"며 "이 전열교환기는 필터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이고 이를 가열한 뒤 필터로 재배출해 바이러스·유해 물질을 이중·삼중으로 차단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 원장은 이날 소아청소년과 병원들은 지금도 소아응급환자가 발생했을때 상급병원의 전원 불가 메시지에 억장이 무너지고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 원장은 "정부 지원이 전혀 없는 소아청소년병원이 적자가 불보듯한데 긴급으로 발생한 소아응급 환자를 케어하는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것은 소아청소년 의료기관으로서의 사명감과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소아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방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고 거듭 역설했다.

이와함께 튼튼어린이병원은 최근 들어 소아·청소년 건강 핫이슈인 만성질환 관리을 책임질 정밀의학 센터도 설치했다.

이 정밀의학센터에서는 앞으로 그동안 개별 질환으로 케어해 온 비만, 고지혈증,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소아 만성질환을 통합 질환으로 묶어 관리할 방침이다.

최 원장은 "소아 만성질환은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장병, 성조숙증 등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커지고 저신장, 우울증과 같은 문제로 번진다"며 "소아 시기부터 이를 정확히 진단하고 진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정밀의학센터을 개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 작지만 강한 병원으로서, 소아 환자의 건강을 위해 현실을 개선해나가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2차병원 중심 의료개혁이 소아청소년병원의 역할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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