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기업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환경·사회·투명(ESG) 경영을 중장기 비전으로 도입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ESG 경영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에 맞춰 국내외 ESG 규제 강화 및 K-Food 수출 활성화, 소비트렌드 변화를 따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 협력사들의 ESG 경영 관리 필요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유럽(EU)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ESG 경영 도입을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아예 법이나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글로벌 시장 속에 포함된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 도입이 늦어질 경우 미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도 산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지원하기 위해 대‧중소기업에 ESG 경영 비전 및 발전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쓰고 있다. 산·학·연이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확대한다면 식품산업에도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농식품부-식산협, 업계 ESG 정책 수요 발굴
식품산업의 ESG 경영 로드맵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산‧학‧관 전문가들의 협력과 소통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정부는 식품업계와 협력해 식품산업 성장과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식품기업 ESG 경영 교육·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식품업계의 ESG 경영 확산을 위해 'ESG 경영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추가적인 정책 과제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식품산업협회는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지원으로 국내 중소식품기업의 ESG 경영 관리 대응력 제고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지속 가능한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ESG 경영 포럼 및 교육'을 운영 중이다.
ESG 경영 포럼은 그 일환으로 지난 14일 aT센터에서 '식품 분야 ESG 경영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선 식품기업 ESG 전문 컨설팅 기관, ESG 경영 평가기관, 학계·전문가 등이 참석해 전세계적으로 ESG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여건에서 식품 분야 ESG 경영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의견들이 논의됐다.
국내 ESG 전문가들은 이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식품기업 ESG 관리 방안 △식품산업 ESG 평가 동향 및 개선 방향 △식품산업 ESG 경영 모범사례 △ 식품산업 ESG 가이드라인 등의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김동수 김앤장ESG 경영연구소장은 '최신 ESG 규제동향과 식품산업 대응' 발표에서 "지난 2019년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현재 제도화 단계에 진입했고 앞으로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탄소배출 감소, 폐기물 규제, 식품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실사감시 등 ESG와 관련한 규제 도입 확대로 기업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지금부터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몇 년 전부터 ESG 경영을 도입한 식품대기업들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들은 ESG 도입 및 평가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박경상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국내 식품외식산업은 타 부문에 비해 영세한 업체가 많은 만큼, 타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ESG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은 사정을 고려한다면 대기업중견기업종소기업의 상황을 고려한 평가 지표와 가중치 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명철 한국식품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협회에서 진행 중인 '식품산업 ESG 경영 교육'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식품 대‧중소기업에 ESG 경영 비전 및 발전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협회가 ESG 경영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ESG 경영 모범 사례 등 공유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기후위기 극복 차원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및 매립 폐기물 제로화를 위한 전략체계를 수립했다. 2022년에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공급망·협력사 등 가치사슬 영역까지 탄소 감축 등을 위한 측정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K-푸드 세계화' 전진기지인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 구축하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은 국내 최초로 '산림자원 순환형 그린뉴딜 에너지'를 활용해 가동될 예정이며, 2025년까지 연간 4만4천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기대된다.
풀무원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 Global이 발표한 2023년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 CSA(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에서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아 처음으로 식품 분야 글로벌 Top 5에 등극했다. 풀무원은 '인권경영-사람존중'으로 ESG 경영을 실천 중이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2022년 8월 식물성 식품과 동물복지 식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을 론칭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뚜기와 빙그레 같은 기업들은 ESG 경영 평가에서 해마다 우수한 등급을 받고 있다.
오뚜기는 한국ESG기준원의 2024년 평가에서 전년 대비 한 단계 성장해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2010년 '환경 경영'을 시작하면서 TFT팀을 운영한 이래 2017년 지속가능경영으로 확대해 추진체를 운영했다. 오뚜기는 환경 영역에 있어 친환경 포장 기술을 적용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제품에 '스마트 그린컵 개발', '멀티 잉크절감 투명패키지 적용' 등의 친환경 포장재 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빙그레 역시 한국ESG기준원에서 실시한 2024년 ESG 평가에서 6년 연속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빙그레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중장기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수립했으며, '전 임직원이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매년 지배구조, 친환경, 윤리경영, 동반성장, 품질경영 등 다양한 ESG 이슈를 선별하고 개선과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또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삼양사그룹, 서울우유협동조합, 하림 등도 ESG 경영 실천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