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력 지원법 개정안, 사이비 의료 양산할 것"

바른의료연구소, 의사 이탈 가속화 우려… "전문성·공정성과 거리 멀어" 비판도

김아름 기자 2024.07.08 22:38:43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개정안이 의사 이탈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저질 사이비 의료를 양산해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바의연)는 8일 '보건의료인력 지원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내용을 분석하고 이같이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건의료인력 지원법 개정안은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보건의료인 면허·자격에 대한 구체적 업무 범위 △보건의료인 간 업무 조정에 관한 사항 △업무범위 협업체계 구축 △업무범위 분쟁조정신청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토록 하고있다.

연구소는 "법안 핵심 내용은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해 보건의료인 업무범위와 관련한 사실상 모든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이 법에서 말하는 보건의료인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직역에 대한 업무범위를 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개정안을 통해 만들어질 업무조정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봤을 때, 이 위원회가 전문성이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문제도 제기했다.

보건의료 분야 업무와 관련된 사안은 철저히 전문가 집단의 판단에 맡겨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고, 파생될 수 있는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면밀하게 검토가 이뤄진 후에 결정이 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비전문가들과 정부 관료 및 관변학자들이 국민건강과 밀접한 건강보험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라는 위원회가 존재하기에 이와 유사한 위원회를 만드는 일에 큰 문제 의식이 없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건정심에서 어이없는 정책이 무수히 의결돼 왔음에도,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교적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관리되어 온 보건의료인 간의 업무범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이없는 의료 정책들이 남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보건의료인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타 직역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각자의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을 해왔기 때문에 엉터리 정책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보건의료인 업무범위를 결정하는 위원회에 노동자 단체, 시민단체, 소비자 단체, 정부 관료 및 관변학자까지 대거 투입된 100명에 육박하는 위원회가 정부 정책 거수기에 그치거나 포퓰리즘 정책의 도구로 악용될 것으로 우려돼 의료계에서는 반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인력 지원법 개정안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윤 의원이 법안을 준비하면서 14개 보건의료 직능단체(간호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방사선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안경사협회, 약사회, 응급구조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작업치료사협회, 치과기공사협회, 치과위생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의견을 모았으나 의사단체는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해 "법안을 준비하면서 보건의료인 업무조정이 의사들이 반대하는 방향으로, 불법 PA 의료행위 합법화와 한방에 의과의료기기 및 의약품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비의사 보건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식으로 흘러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업무조정위원회는 보건의료인들이 행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지도와 감독 의무를 의사에게 부여하고, 의료 분쟁 발생 시 법적인 책임을 의사가 지도록 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하지만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책임까지 의사가 져야 한다면 의사들은 결국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윤 의원의 입법은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해 온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기에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며 "특히 무분별한 업무조정을 통한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의료 행위 허용으로 의료 질 하락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비양심적 사이비 의료까지 조장될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한 의사들의 대한민국 의료 이탈과 맞물려 국민 건강과 생명에 재앙적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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