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공단 특사경법, 우회적 입법획책 중단하라"

특사경법 도입 위한 초석,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 우려

김아름 기자 2024.05.23 10:46:38

복지부가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 근거를 공단에 위탁하는 가운데, 의협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러한 시행령 개정은 특사경법을 우회해서 적용하려는 시도와 같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공단 특사경법에 다름 아닌 우회적 입법획책 중단하라"며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 업무, 검사 업무 등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고자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의협은 이에 대해 "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우회해 도입하고자 하는 획책으로써, 대한의사협회는 특사경 도입에 강력한 반대입장을 피력해 왔던 기존 입장과 맥을 같이 해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 등의 심각한 우려가 있는 이번 입법예고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고 밝혔다.

입법예고안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법 제86조제2항에 따라 법 제61조제1항에 따른 검사 및 확인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61조(보고와 업무 검사 등) 제2항은 행정조사 내지 검사 업무 등의 경우 관계 공무원이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및 조사기간, 조사범위, 조사담당자, 관계 법령 등이 기재된 조사명령서를 지니고 이를 관계인에게 내보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개정안과 같이 공무원이 아닌 건보공단 직원이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권한을 위탁받을 경우 공무원의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등을 제시할 수가 없으므로, 이는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권을 발동할 수 없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의료법 제61조(보고와 업무 검사 등) 제2항을 형해화하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법령이라는 해석이다.

의협은 또한 "공단은 건보법에 따라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의 부과 및 징수, 보험급여의 관리와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곧 공급자인 보건의료기관과 대등한 관계임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며 "수가계약 당사자인 공단에 일방적으로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내지 검사 업무 등을 부여하는 것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보건의료기관이 공단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공단의 강압적인 조사로 인하여 의료인이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 직원에게 단속권한까지 부여한다면 그로 인해 보건의료기관 및 의료인에게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단속에는 압수수색 절차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데, 공무원에 대한 형사절차상 인권보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단속 과정 중 보건의료인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헌법상 영장주의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이는 결국 보건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헌법원칙을 위반하고 무리한 시행령 개정을 정부가 스스로 추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금번 입법예고는 그동안 대한의사협회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강력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정부가 실질적인 공단의 특사경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적인 획책으로써 큰 실망감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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