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농업인의 날 행사가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의 서호잔디광장(옛 농촌진흥청 부지 잔디밭)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주최·주관이 농림축산식품부이지만 농협과 농축산 단체들을 주축으로 꾸려진 '농업인의 날 행사추진위원회'가 실질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농축산단체들은 지난 정부에 불만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홀대론'이다. 농업예산 동결과 한미FTA 개정협상에 따른 질타의 목소리가 많았다. 비단 지난 정부만의 문제일까. 역대 어느 정권도 농민단체와 농업인들의 환영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실제로 일부 농민단체들은 농산물 수입 저지,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농업재해보상법 등을 이유로 현 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는 형편이다.
올해 행사는 준비 단계부터 열의가 높았다. 농민단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행사의 축소, 지난 정부의 농업홀대라는 서운함을 일거에 만회하려는 듯 지난 달 '농업인의 날' 기념식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행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추진위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알리는 행사를 제대로 준비해보자는 취지다.
농업인의 날 행사는 대통령과 정치인들도 관심이 크다. '농자천하지대본'(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며, 나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선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전직 두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농업인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고 이번엔 청와대를 벗어나 옛 농촌진흥청 부지에서 열렸다. 장소가 애초 농업혁신과 연구개발의 요람인 곳이라 더없이 의미가 깊었지만, 정작 농업인의 날 행사를 취재해야 할 농업전문지 기자들은 참석에 곤란을 겪어야만 했다.
행사추진위원회에서 언론사 대표(오너)와 수행기사만을 허용하는 바람에 농식품부 출입기자들은 수행기사 아니면 수행원으로 등록을 해야 했고, 행사를 대행하는 운영사무국은 '언론사 대표가 사정상 참석을 하지 못하면 기자는 출입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당일 행사에서 공로상을 받게 된 모 기자는 대표의 수행기사로 등록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비표 확인과 검색대 통과 등으로 입장 과정에서도 불편이 컸다는 후문이다.
올해 역시 국립농업박물관 홍보, 어린이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 농촌문화체험, 장기자랑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됐다. 하지만 농업·농촌의 현 주소를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미래농업의 발전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언론의 역할이 가볍게 생략된 채, 형식적 의전 속에 그들만의 '전시형' 행사가 돼 버렸다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