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낸다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은 당뇨 환자나 건강한 식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왔다. 소량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내면서 설탕이 주는 혈당 상승에 대한 부담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주류업체들은 이런 소비자 니즈에 맞춰 아스파탐을 이용한 각종 가공식품을 제조, 판매해 왔다. 콜라, 막걸리와 같은 음료·주류는 물론 과자류나 껌, 캔디류에도 아스파탐은 함유돼 있다. 이들 제품에는 빠지지 않고 '무(無)설탕'이나 '제로', 또는 '건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 아스파탐이 최근 '발암물질'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한다고 밝히면서다.
'제로 슈거'에 열광했던 소비자들은 이제 '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냐'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당뇨 환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도 황망하긴 마찬가지. 정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미 FDA도 승인한 안전했던 첨가물이 하루아침에 발암물질로 전락한 것을 쉽게 믿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업체들은 대응전략 마련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무(無)아스파탐 마케팅을 전개하거나 대체재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 유해물질로 낙인 찍힌 아스파탐을 계속 사용할 수도 없고 '소비자 외면'이라는 후폭풍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발암 논란으로 시장 퇴출 위기를 겪은 사카린이나 위해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MSG 사태에서 강력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번 아스파탐 사태가 자칫 기업 생존으로까지 확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스파탐이 위험하다면 김치도 먹지 말아야 한다며 '지나친 공포심 조장'이라고 잘라 말한다. IARC 발암물질 분류에서 아스파탐은 김치·알로에·은행잎 추출물과 같은 2B군(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에 분류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스파탐 사태는 제약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당의정의 코팅제나 어린이 해열제(시럽)에도 아스파탐이 사용되고 있어서다. 의약품의 경우 매일 먹는 것이 아니고 함유량도 적어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지만, 소비자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IARC의 아스파탐 발암물질 분류 근거가 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민 섭취량을 바탕으로 위해성 평가를 진행해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 먹거리나 첨가물에 대한 근거 없는 유해성 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업계 생존에 앞서 국민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는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아스파탐에 대한 안전성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식품·의약품 속에 함유된 아스파탐의 적정 섭취량 제시와 올바른 안전관리 또한 국민 불신 해소를 위한 필수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