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전 한글시력표 내가 처음 만들었죠”

건강한 지구촌을 만드는 사람들/한시각연구소 한천석 소장

구득실 기자 2007.11.23 11:18:28

  
“시력측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건은 시력측정의 정밀도 제고와 측정치의 통일화, 신뢰도 높은 결과여야 합니다. 안과진료와 관련한 시시력표나 색각검사표가 국내에는 정립된 것이 없었던 시절 논문발표를 통해 체계화 시켰습니다.”

지난 50년대 당시 시력표를 일반 기계점에서 맘대로 만들어 팔던 때 안과 전공의로서 시력 측정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시력표를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소명감 아래 시시력표와 색각 검사표를 국내 선보인 한천석(90) 소장.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과나 안경점, 면허시험장 등에서 시력을 측정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시시력표. 그 시시력표에는 숫자, 그림, 기호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보통 이 숫자로 시력을 측정한다. 이것이 바로 지난 64년 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 한천석시시력표(일반시력검사표)이다.

그는 지난 3일 대한안과학회 60주년 기념식에서 한글 시력표를 개발, 안과학에 끼친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다.

적록색맹, 색약을 신속, 정확하게 발견하기 위해 38표로 된 국제판 이시하라색맹검사표는 지난 90년 동안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사용돼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시하라식 색맹검사표를 이용해 적록색맹이나 적록색약으로 판정되면 자연계 대학 등에 입학할 수 없고 일부 대학에는 색약(약도 색각이상)만 입학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소장은 정상색각을 요하는 업종인 기관사, 항공사, 선장, 항해사, 철도노선 종업자를 제외하고 공공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강도색각이상자가 아닌 이상 취업이나 진학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 소장은 녹색(5GY)과 갈색(10YR)으로 색상을 택해 색각검사표를 작성, 지난 2002년 7월 색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분광색도계를 사용해 일본색채연구소에 의뢰, 색채를 측정한 결과 일본의 이시하라색맹검사표 보다는 한식색각검사표가 더 정확한 색상을 띠었다며 흡족해 했다. 한식색각검사표의 원리는 12표로 선천성(제1, 제2색각이상), 후천성 제3색각이상(청황색각이상)을 검출하는데, 검사 결과 불합격 시 2중15색 검사기를 이용해 A, B 색패 각 15개를 비슷한 색 순으로 정확히 배열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색각 이상의 정도를 강도, 중등도, 약도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까지 색각검사는 아노말로스코프를 사용해 제1,제2 색각이상을 분류하고 그 정도에 따라 색맹, 색약으로 구분하며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위해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고가이며 복잡하고 장시간을 요하는 이 검사를 기피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반면 간편하고 용이한 색각 검사기인 2중15색 검사기는 지난 77년 한 소장에 의해 첫 선을 보인 후 운전면허시험장이나 신체검사장에서 채용돼 무리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 검사기는 소형이며 휴대가 간편해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한천석시시력표의 가장 큰 특징은 시력표의 각 숫자에 시인도(인식도)를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즉 사람 대부분이 똑같은 조건 하에서 여느 숫자에 비해 3이나 6의 숫자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임상실험을 통해 밝혀낸 한 소장이 정확한 시력측정을 위해 3이나 6의 크기를 다른 숫자에 비해 약간 키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국제시력표는 란돌트 고리시표 및 시인도를 같게 만든 아라비아 숫자, 영어문자, 그림시표가 있으나 한글시표는 우리나라 시력표에만 있어 외국인은 읽을 수가 없는 비국제적 시표였다.

이에 한 소장은 국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력표를 만들기 위해 지난 8월 한글시표를 제거한 란돌트 고리와 아라비아 숫자만으로 구성된 한식신표준시력표(3M용 및 5M용)도 제작했다.

졸수(卒壽)인 그의 안과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의와 열정에서 우리나라 안과학회의 밝은 미래를 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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