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이은 약 배달 제도화 논란

[데스크칼럼]

김혜란 편집국장 2023.02.23 13:04:51

정부가 비대면 진료와 함께 약 배달 제도화를 병행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정에 이어 약-정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양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의료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민 편의성 증진 차원에서다. 하지만 의료민영화 우려, 오진에 따른 피해와 책임소재 불분명 등을 이유로 끝없는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시범사업이 전격 시행됐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엄중한 재난시국에서 의약계나 국민 모두 그 필요성에 공감했고 당시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한시적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는 이제 엔데믹으로의 전환에 따라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코로나 시국 전 해묵은 논쟁의 재현이다. 하지만 의사나 약사의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편리성을 경험한 환자들은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아직까지 논쟁의 불씨는 남아있지만, 복지부는 의협이 요구한 대면진료 원칙 하에 비대면 진료를 보조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데 동의했다.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에 대해서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올해 6월까지 제도화하고, 이에 더해 약 배달도 병행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수 제2차관은 약 배달이 제외된 비대면 진료는 국민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약사회의 합의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약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약사회는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른 약 배달 추진에 대해 '일방적이고 안이한 발상'으로 일축했다. 최광훈 약사회장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 수용이 약 배달을 전제로 한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 추이에 따라 약정협의를 통해 대처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의·약사들의 반발도 이해는 간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영업 중인 개원의나 약사들이 비대면 진료나 온라인 배송으로 인해 환자를 뺏기게 되면 경영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의사들은 재진 중심,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 대안책이 어느정도 마련돼 있지만 약사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은 아직 논의 전이다.

어쨌든 정부의 강경 방침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약 배달 제도화 추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약사회, 서울시내과의사회 등 서울시 의약 3개 단체도 '비대면 진료·약 배달 제도화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 현 시국에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유지해야 할 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약화사고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는 제도를 경제 논리로 산업화하려는 정부 정책은 전면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제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의·약계는 더욱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해당 직역 모두 원칙적인 명분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보건의료 제도는 그 누구보다 국민을 위한 제도로 자리잡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의-정, 약-정 간 긴밀한 소통과 합의도 필요하다. 어느 한 직역의 고통 위에서는 그 어떤 정책도 굳건한 뿌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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