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논란

[기자수첩]

이원식 기자 2022.12.19 15:55:38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핫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기권 3명, 찬성 6명으로 현직부터 적용되는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을 가결했다.

현재 농해수위 내에선 연임제 도입에 대해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공존한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은 중앙회장이 중장기적인 농업의 진흥과 과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신정훈·윤준병 민주당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연임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연임이 가능했던 2009년 이전의 중앙회장들이 뇌물 수수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줄줄이 구속된 탓에회장 단임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연임제로 돌아가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지난달 29일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신정훈 의원은 "연임제 개정안은 비공식적 권한과 위상이 비대화된 '괴물급' 중앙회장을 만들 수 있다"면서 "더욱이 현직부터 적용할 경우 줄 세우기, 조직 동원이 발생할 수 있기에 현 시점에서 연임제를 재도입할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한 지, 이게 시급한 과제인지 의문이 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농협은 당연히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일 9개 지역농협 조합장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임제 도입을 위한 농협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날 조합장들은 "농협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으로서 연임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력과 열정을 가진 조합원이라면 현직 여부와 상관 없이 입후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가톨릭농민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농협조합장 정명회 등이 모인 '농민조합원 없는 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농민조합원의 대표로서 농협중앙회장이 해야 할 일은 자기의 이익과 권한을 연장하는 일이 아니라 농민조합원의 주권이 실현되도록 농협중앙회를 민주화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국회도 더 이상 이런 반민주적인 입법 과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농해수위 상임위가 이를 부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장이 막대한 이익과 권한을 누려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농협중앙회 임원들 역시 이런 권한을 손에 쥐고 농협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면서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가 독단화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인구소멸, 농촌소멸'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약 220만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는 얼굴인 만큼 농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실로 막대하다. 정치권에서 연임제 도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농협의 주인은 농업인이자 조합원들이다.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진정한 발전을 위한 농협중앙회장의 역할과 임기에 대한 종합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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