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의료 시스템 총체적 문제"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필수 의료 분야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 개선

김아름 기자 2022.08.05 11:29:59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최근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고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3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 사건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병원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30대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 사건에 대해 간호협회는 의사 수 부족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하면서 대책을 요구했고, 민주노총도 의사 수 부족 문제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이 사건의 진상조사 요구가 국회에서도 이어지는 등 더욱 논란과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아산병원 측은 수술할 의사가 휴가 등으로 인해 부재한 상황이었고, 뇌출혈에 대한 중재적 시술을 시행했으나 이미 출혈량이 많아서 타 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면밀히 살펴보면, 간호협회나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이 문제가 단순히 의사 수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사망한 간호사의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뇌출혈은 발생 기전이나 생긴 위치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뇌출혈은 크게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눈다. 외상성은 경막하출혈이나 뇌내출혈, 경막외출혈, 지주막하출혈 등 다친 위치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와 같은 비외상성으로 발생하는 뇌출혈은 대표적으로 자발성 뇌내출혈과 뇌지주막하 출혈이 흔하다. 뇌지주막하 출혈의 주원인이 뇌동맥류 파열이다.

뇌동맥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두통 등의 전조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파열 전에 뇌동맥류 진단을 못할 수도 있고, 두통이 발생하면 뇌동맥류 파열 초기가 많아 빠른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발견하면 중재적 시술을 할 수도 있고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뇌동맥류에 시행하는 중재적 시술은 코일링(coiling)이라고 하는 시술이다. 이 시술은 주로 대퇴동맥을 통해서 관을 삽입하고 이 관을 통해 뇌동맥류가 있는 공간에 백금으로 된 얇은 철사를 감아 넣은 후 그 부위에 혈전이 차게 만들어서 동맥류 파열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아울러 아산병원에서 직접적으로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못했다고 하는 방법은 흔히 클립핑(clipping)이라고 하는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이다.

이 수술은 튀어나온 동맥류 자체를 묶어버리는 수술인데, 이 수술은 개두술이 필요한 수술이라서 코일링이 여의치 않은 사람이거나 코일링이 실패한 사람들이 주로 하게 된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이번 아산병원 간호사는 이미 동맥류가 파열돼 출혈이 이뤄진 상황이었다고 하고, 피의 양이 많았다면 곧바로 클립핑 수술을 했어야 하는 경우였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산병원에서는 클립핑 수술하는 의사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전원 시키는 위험성보다는 코일링이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그러다 코일링으로도 지혈이 되지 않자 다시 급하게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왜 아산병원에서 클립핑 수술을 하는 의사가 없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일링 시술이 발전되기 전에는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한 치료 방법이 클립핑 밖에 없었고, 신경외과 의사들의 상당수가 이 수술을 배웠다. 

그러나 코일링이 발전하면서 보다 비침습적인 코일링 시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클립핑 수술에 비해 코일링 시술이 병원 입장에서는 더 수익에 도움이 됐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외국 같은 경우는 클립핑 수술은 신경외과 영역에서 고난이도 수술이라 수가가 매우 높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클립핑 수술은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들의 예후도 좋지 않고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니, 자연적으로 힘들고 수익 창출도 안 되는 클립핑 수술을 신경외과 의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대한민국의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 대비해서 적은 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출혈 분야를 외면하고 있고, 그마저도 클립핑 보다는 중재적 시술인 코일링 쪽을 더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재 아산병원에 클립핑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2명이고, 한 명은 해외연수를, 다른 한 명은 휴가를 간 상황이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아산병원 홈페이지를 보면 신경외과 의사가 수없이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이 중에서 클립핑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뿐이었다는 사실은 언뜻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아산병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대형병원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이라면 병원 입장에서도 클립핑 수술하는 의사를 많이 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클립핑 수술은 코일링 시술에 실패한 뇌동맥류 환자나 이미 동맥류가 파열된 환자들이 주로 하게 된다. 클립핑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대부분 응급 상황이므로 장거리 전원을 하게 되면 매우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지방에서 발생한 환자는 지방 병원에서 대부분 치료를 하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물론 수술 의사 한 명이 해외연수를 나가있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한 명이 365일 당직을 설 수도 없어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아산병원도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한 명이 해외연수를 나가 있으면 당직 체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클립핑 수술할 수 있는 의사를 추가로 채용했어야 맞는 것이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결국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핵심 문제는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및 의료 인력의 부족 문제와 원인 및 해결책이 같다고 볼 수 있다. 현재도 배출되는 수많은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외면하는 이유를 우리는 사실 다들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필수 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정부 측에 지역별로 뇌혈관질환 응급체계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모색하고, 인력 확보와 장비 지원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라 "이번 안타까운 사건을 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증원의 도구로 악용하려 하는 일부 단체들과 정치인들은 음흉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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