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지리산 반달곰과 자연보호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보건신문 2021.04.12 09:52:50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강조하고, 반려동물은 물론 야생동물들도 인간과 함께 삶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몇 해 전 인공으로 사육해서 방사한 반달곰이 야생에서 살아남아 새끼를 낳았다는 얘기가 뉴스로 보도된 적이 있다. 반달곰의 야생 적응이 기쁘기는 하지만 인공으로 키워 방사한 반달곰 때문에 발생하게 될 피해가 걱정되는 면도 없지 않다.

일본에서는 자연 친화적인 정책으로 사람들에게 먹이를 달라는 사슴이 길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환경정책은 다른 면에서 문제를 유발한다. NHK 보도에 의하면, 일본 시골에 사는 농부들이 야생 동물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일본에서도 멧돼지의 피해가 큰 것 같다.

사람들이 사육했던 노루와 사슴이 산속으로 들어가 산골마을에 피해를 입힌다는 얘기도 있다. 더러는 산에서 곰이 출현하기도 한다. 고사리 같은 산채를 채취하려다가 곰의 습격을 받아 죽거나 부상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자연 친화적 환경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을 거울삼아 환경정책도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농촌에 전문 엽사를 배치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애쓰고 있다. 멧돼지를 비롯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노루와 사슴을 잡고, 곰도 적정 수 이상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시베리아산 백두산 호랑이를 우리나라에 도입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잡아댄 탓에 남한 호랑이가 없어진 것을 아쉬워하고, 깊은 산속에 호랑이와 반달곰이 서식하는 자연 환경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휴양림을 권장하는 요즘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입식이나 증가가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다.

나는 시골에서 자란 탓에 전원일기를 보며 고향생각에 잠기고 아늑한 농촌 생활을 꿈꾸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입식으로 생겨나는 피해와 부작용이 걱정되기도 한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자연 친화적 정책을 받아들여 전나무를 많이 심었다. 우리나라는 소나무가 많지만 일본에는 도처에 전나무가 많다. 전나무는 잘 자라고 목재로도 쓸 수 있어 인기지만, 봄철이면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지목받기도 한다. 세상은 너무 지나쳐도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지리산 반달곰과 함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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